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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근혜 정권 들어서 두 번째로 벌금형을 때려 맞았다. 지난해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했다고 45만원, 올해엔 쌍용차 노동자 싸움에 함께했다고 70만원. 민주화를 일군 거리에서 일생을 살아온 사람을 집시법, 도로교통법 상습 범죄꾼으로 몰다니…, 그것은 내 발에 판때기를 깔고 큰 못을 팡팡 때려 박는 꼴이다. 하지만 나는 그 아픔을 도리어 지렛대 삼아 ‘멍석말이 춤’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했더니, 내 아픔은 놔두고 ‘멍석말이’가 무어냐고 묻는 이가 많아 붓을 들었다.
보기를 셋만 들면 이렇다. 하나, 옛날 너무나 원통한 머슴이 “주인어른, 똑같은 사람인데 같이 일하고 밥도 한 상에서 먹자”고 했다가 매를 맞아 죽자 썩은 멍석에 말아 산고랑에 버렸다. 거기서 짐승들이 죄 뜯어가 뼈만 남은 해골바가지, 때마침 참나무 얼어 터지는 소리 쩡, 쩡. 그것은 죽은 놈한테도 다시 치는 매질 소리라, 그 소리를 장단으로 삼아 일어나는 몸짓을 일러 ‘멍석말이 춤’이라고 했다.
둘, 옛날 산골에서 홀어머니와 살던 일곱 살 바불이가 한밤에 더듬어보니 엄마가 안 계신 거라. 그래서 울며불며 엄마 찾아 삼천 고을을 헤매다가 임금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문을 안 열어주어 솔방울 하나를 던진 것이 마침 임금의 국그릇에 퐁당, “네 이놈, 누가 시켰느냐.” “아닙니다, 우리 엄마를 찾아 달라는 것”이라고 해도 거짓이라고 때려 쓰러지자 똑뜨름(역시) 멍석에 말아 내다버렸다. 거기서 어찌어찌 깨어나 엄마를 찾아 헤매는데 그것은 마치 뜨거운 솥뚜껑에 올려진 낙지발의 몸부림처럼 눈물겨웠다. 이를 본 온 고을의 아낙네와 가시나들이 이럴 수가 없다고 일어나 그 안타까운 몸짓을 함께하니 그것을 일러 ‘멍석말이 춤’ 그랬다.
셋, 시키면 시키는 대로만 하던 몸종 가시나 하나가 너무나 몸도 마음도 아파 냅다 달아났다가 잡히게 되었다. 그래도 달아나자 또 잡아다가 두 발을 판때기 위에 올려놓고 큰 못을 팡팡 때려 박으니 어떻게 되었을까. 머리칼 한 올인들 달싹 할 수가 없을 만치 소름 끼치는 그 진저리를 지팡이 삼아 일어나는 몸사위를 일러 ‘멍석말이 춤’ 그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멍석말이 춤’이란 무엇일까. 목숨 아닌 것과 맞싸워 참 목숨, ‘살티’를 일구는 몸사위요, 죽어도 저버릴 수가 없는 그리움으로 일어나는 몸짓만이 사람의 몸짓이라는 것이요,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반드시 일구어야 할 꿈, ‘바랄’로 태어나라는 뜻일 터이다.
참으로 어기찬 생명력이요, 위대한 생명의 예술이다.
하지만 그런 ‘멍석말이’는 이참 어찌 되고 있을까. ‘멍석말이’ 몸사위가 절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사실은 죽어가고 있다. 온갖 멋진 예술이 이어져 오는데 생명의 예술인 ‘멍석말이’는 그 이름조차 듣기가 힘든 오늘의 바투(현실)가 그것이라 말들을 한다. “그까짓 벌금 몇 푼, 물어버리지요. 또다시 통장 차압이 들어올 터인데요.” 아닌 게 아니라 지난해엔 45만원 때문에 쥐꼬리만 한 통장이 차압되어 하는 수 없이 빼앗겼다.
하지만 이참 나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 그 벌금형은 나 한 사람한테만 물리는 것이 아니다. 이 땅 민주화 역사에 때려 박는 쇠못이요, 민주화의 실체인 노동3권의 등때기에 때려 박는 쇠쐐기다. 노동자들에게 들씌운 1691억6000만원의 살인적 손배가압류와 벌금이 그것이라.
노동자 대회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백기완 등 참석자들 (출처 : 경향DB)
나는 들이대고 있다. 나를 감옥에 넣어라. 어떤 사람의 하루 감옥 값은 5억원, 그렇게 비싼 감옥은 못 살지만 내 벌금만큼은 감옥을 살 거다. 거기서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발등에 꽂힌 못으로 하여 진저리쳐지는 소름을 오히려 장단 삼아 오랫동안 일그러져온 이 땅의 몸사위 ‘멍석말이 춤’을 다시 빚어낼지니.
박근혜 정권이여, 치사하게 벌금형 따위로 그 끔찍한 탄압을 거짓부리지 말고 까놓고 오늘 이 시대는 그대 정권의 부패와 속임수, 그 반역에 꿇지 않는 한 감옥임을 선포하라!
백기완 | 통일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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