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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임 수석들의 무분별한 ‘낙하산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1년 동안 공석이던 세종재단 이사장에 결국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선임됐다. 박 전 수석은 일찌감치 이사장에 내정되었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낙점한 게 드러나 논란이 일자 그간 선임이 미뤄져 왔다. 여론의 초점이 흐려질 때를 기다려 기어코 ‘대통령 의중’을 관철시킨 꼴이다. 앞서 8개월간 공석이던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내정됐다. 법무부는 세 차례 공모를 진행해 놓고 특별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1·2차 공모 결과를 발표하지 않다가 지난해 12월 3차 공모를 낸 지 1개월 만에 곽 전 수석을 내정했다. 절차까지 무력화해가며 청와대 낙점 인물을 입성시킨 것이다.

세종재단은 외교부에 등록된 재단법인으로서 이사장 임명은 외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엄연한 민간 연구기관이다. 박 전 수석은 지난해 9월 재단 관계자와 만나 이사장 내정을 설명하면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는 문건이 공개된 바 있다. 민간 연구소 이사장 자리까지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 인사’가 횡행하고 있다면, 다른 공적 기관이 어떨지는 보나마나다. 안보·통일·외교 분야의 민간 싱크탱크인 세종재단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은 인물도 아니고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의 측근을 내리꽂았으니 최악의 ‘청피아’ 낙하산 소리를 듣는 것이다. 곽 전 수석이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것도 실로 새로운 적폐를 창출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곽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내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부실 책임을 지고 6개월 만에 물러난 인물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 압력 의혹, 채동욱 전 검찰총장 뒷조사 연루 의혹 등도 받았다. 문책 경질된 하자투성이 인물을 서민의 법률 도우미 역할을 하는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내정한 것은 어떠한 인사의 합리성도 찾을 게 없다. 오로지 ‘내 사람 챙기기’ 보상인사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낙하산과 편법 인사의 근절을 다짐하고 외치던 박근혜 정부는 기여코 자신의 세력들을 등용하고야 말았다. (출처 : 경향DB)


박 대통령은 입으론 공공부문 개혁을 외치면서 뒤편에선 낙하산과 편법 인사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관피아의 적폐를 바로잡겠다며 내세운 낙하산 근절 약속은 어디다 팽개쳤는가. ‘관피아’ 자리를 전문성도 능력도 없는 친박 정치인들이 장악하더니, 이젠 퇴임한 청와대 참모들의 낙하산이다. 이쯤이면 국민이고 여론이고 안중에 없이 내 맘대로 고집불통 인사를 계속하겠다는 얘기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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