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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평등을 주제로 한 각종 집회와 문화 행사가 열렸다. 1908년 3월8일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해 제정된 세계 여성의 날이 107돌을 맞지만 한국 여성의 인권과 지위는 여전히 빨간불이 켜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 노동자의 임금과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가히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을 경청하지 않을 수 없는 여러 지표와 현실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체의 절반 수준인 51.3%에 불과하다고 한다. 임금 수준은 더욱 문제다. 남성의 63.7%로서 성별 임금격차가 무려 36.3%에 이른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13년째 이런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지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성평등 수준도 142개국 가운데 117위로 매년 그 순위가 떨어지고 있으며,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도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OECD 28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3년째 고수하고 있다.

107주년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8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성 평등은 모두를 위한 진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한국여성대회를 열고 있다. 봄바람을 따라 참가자들의 희망 메시지가 적힌 바람개비가 돌고 있다. (출처 : 경향DB)


더욱 우울한 것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현실이다. 전체 여성 노동자의 57.3%가 비정규직이고, 이들의 임금 수준은 남성 정규직의 35.8%에 불과하다. 더욱이 비정규직 가운데 28%는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개최한 최저임금 여성 노동자 증언대회에서 보듯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대형마트, 단순 제조업, 청소, 학교 급식 등에 종사하면서 몇 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 한국 여성노동의 현주소다. “여성 노동자는 서푼 반찬값이나 벌러 나온 게 아니다. 엄연한 생계 부양자다”라는 게 이들의 외침이다. 이들은 사회보험이라든가 노동조합 가입률도 낮아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은 여성의 지위나 양성평등 이전에 기본적인 인권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다. 여성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 자체가 차별이며, 여성의 빈곤은 지위 하락은 물론 또 다른 차별과 폭력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일고 있는 최저임금 큰 폭 인상 여론이 여성 노동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와 같은 고용정책에서 여성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없는지 제대로 살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여성의 지위와 양성평등은 최저임금이 여성 노동의 또 다른 이름이 되는 현실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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