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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한창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하고픈 정책의 실행이란 측면에서는 2018년이 원년이다. 그 성패의 8~9할은 예산 확보에 달려 있다. 반대로 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정책행보를 순순히 인정하기 어렵다. 정책을 바라보고 설계하는 철학이 안 맞는 것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내년 지방선거의 결과에 있어 야권에 두려운 미래를 안길 수 있다는 판단이 없지 않다. 그러다 보니 현재 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전쟁터이다.

이런 와중에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증원을 위한 예산 증액의 처지가 애처롭다. 본디 서울시에서 행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서울시민이 누리는 혜택을 전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문재인 후보 시절 공약 목록과 취임 후 국정과제 목록에 또렷이 적은 사업이다. 그러나 공무원 증원은 망국적인 일이란 야권의 논리에 막혀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실 역대 정부 중 복지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의지를 불태우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하나같이 성공적이라 자평하기 어려웠던 것은 실제 담당인력에 대한 과감한 확보 없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인력의 재배치, 아니면 형식적인 증원에만 그쳤다. 박근혜 정부가 ‘맞춤형 복지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주민센터에 통합방문팀을 만들라고 했지만 평균 1.4명만 증원된 상태였고 당연히 그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물론 공무원 증원이 능사일 수는 없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쏟아내는 복지프로그램은 늘어만 가서 현재 21개 부처에서 500여개의 복지프로그램이 읍·면·동으로 내려가고 있다. 예산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는데, 인력은 고작 1~2명 증원에 그쳤다. 지방정부 전체 예산 중 사회복지부문의 지출 비중은 평균 27%에 달하고 있고 국민 2500명당 사회복지직 1명이 배치되어 있는 현실을 놓고 볼 때, 깔때기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의 해법은 달랐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에 걸쳐 소위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모형을 구현하기로 계획했고 현재 강남구를 제외한 모든 구가 서울시와 함께 이 사업을 수행한다. 시의 가장 큰 역할은 자치구에 적절한 사회복지직 공무원 필요 규모를 제시하고 이들을 충원하는 데 인건비의 75%를 지원한 것이었다. 그 결과 3년간 2222명의 인력이 충원되었다.

이 중 동에 1인씩 배치될 간호사 인력 411명, 마을의 자치 기반을 조성할 한시직 공무원 73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인건비 투자의 결과는 명확했다. 동당 월평균 찾아가는 서비스가 2.6배나 증가했고 1년간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 건수도 7만여건에 달했다. 0세와 65세 가구원이 있는 가구를 모두 방문하는 사업으로 우울증, 치매, 자살 위험을 지닌 어르신과 산모 8000건을 조기 발굴하게 되었다.

이는 동당 7.1명의 사업인력이 늘어 1인당 복지 대상자 수가 289명에서 126명으로 줄어든 데에 기인한 결과이다.

서울시를 통해 입증된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증원 효과는 이제 전국적으로 확대시켜야 마땅하며 그 시발점은 2018년 예산 편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증원에는 여야 간 이견이나 정쟁이 개입될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자기 삶을 홀로 짊어지고 여기까지 오는 데 너무 지쳐 있다. 이 짐을 함께 지기 위한 공무원 증원은 그래서 무죄다.

<이태수 꽃동네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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