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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한 ‘남북한 참가회의’에서 북한선수단 46명의 올림픽 참가가 확정됐다. IOC는 관심의 초점인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코리아’의 엔트리를 한국선수 23명에 북한선수 12명을 더해 35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북한 선수의 출전은 경기마다 3명 이하로 제한했다. “북한선수 중 전력에 도움이 되는 선수는 2~3명 정도”라던 새러 머리 아이스하키팀 감독의 주장이 관철된 셈이다.

돌이켜보면 단일팀 구성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기류가 거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세대의 달라진 북한관을 읽지 못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단일팀을 밀어붙인 정부의 책임도 있다. ‘한민족’ 혹은 ‘통일’의 기치라면 그 무엇도 참아내야 한다는 희생의식이 옅어졌다는 것을 기성세대 역시 간파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한반도가 전 세계에서 남아있는 몇 안되는 화약고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주요 외신이 ‘휴전, 즉 공식적으로는 전쟁 중인 남북 간의 역사적인 합의’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통일’을 바라든, 바라지 않든 언제까지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불안한 삶을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긴장완화에 도움이 된다면 단일팀 구성이 아니라 그 이상도 할 수 있어야 한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단일팀 구성 등은) 평창이 세계에 주는 평화의 메시지”라고 언급했다. 올림픽의 첫번째 이상이 ‘인류평화의 유지’(올림픽헌장 1장)임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평소 으르렁대던 형제를 잔치에 초대해서 따뜻한 밥 한 끼를 함께하고, 그간의 감정을 풀고 화해하는 자리로 여기면 어떨까. 이 기회에 전 세계인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선수선발과 경기출전 기회는 전적으로 감독에게 맡겨야 한다. 그러나 출전이나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한 선수들이 한솥밥을 먹을 2~3주간의 호흡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새로운 상황을 맞이할 남북한 선수들이 얼마나 어색하고 생경하겠는가. 화학적 결합을 하고 조직력을 맞추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그러나 말이 통하는 만큼 서로 마음까지 나눈다면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단일팀이 이룬 ‘작은 통일’을 재현할 수도 있다. 이제 남북 단일팀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기보다 기왕에 구성된 단일팀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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