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있은 ‘육사발전기금 200억원 달성’ 기념행사에 참석, 단상에서 생도들의 퍼레이드에 거수경례로 답했다. 생도들을 ‘사열’하는 그의 모습이 몹시 역겹게 느껴진다. 전 전 대통령은 하극상 군사반란과 대규모 인명 살상을 통해 집권에 성공한 인물이다. 또 그는 집권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검은돈을 긁어모았다. 그래서 그는 15년 전 대법원으로부터 내란죄와 반란죄, 내란목적 살인죄, 그리고 뇌물수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박탈당했다. 그런 그가 반성은커녕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5공(共) 실세들과 함께 생도들 앞에 얼굴을 꼿꼿하게 세우고 사열한 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경향신문DB)
전 전 대통령의 죄과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사건 이후 그는 병력을 동원해 군 수뇌부를 제압했다. 또 신군부가 광주에서 저지른 만행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픈 상처로 우리 뇌리에 남아 있다. 그뿐 아니다. 그는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면서 대법원이 선고한 추징금 중 1672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부패한 군사독재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육사발전기금 누리집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개인기금 출연자(1000만~5000만원 미만) 명단에 들어 있다. 그는 500만원 이상의 기금 출연자 160명 중 한 사람으로 이날 행사에 초청됐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이 무슨 돈으로 기금을 냈는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그가 얼마 전 모 호텔에서 열린 초호화 손녀 결혼식에 참석해 하객들에게 손을 흔들던 모습이 생각난다. 국민을 우롱해도 유분수다. 그는 1988년 백담사로 유배길을 떠나기에 앞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그가 보여온 모습에는 전혀 사과의 뜻이 담겨 있지 않다. 오히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의 부아를 돋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전 전 대통령은 훨씬 더 겸허하게 처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박종선 육사 교장은 육사 홈페이지에서 ‘국가와 군을 위해 헌신하는 정예장교 양성’을 교육목적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반란죄 등을 범한 인물을 초청해 생도들을 사열할 수 있게 한 행위는 반교육적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생도들이 과연 전 전 대통령의 모습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겠는가. 육사는 사열이 아니라 일반적인 화랑의식이라고 해명했지만, 전씨를 초청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방부는 진상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또 검찰은 그의 재산 상황을 샅샅이 뒤져 추징금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
'일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향마당]전력구매 가격 논쟁, 원인부터 짚어봐야 (0) | 2012.06.10 |
---|---|
[시론]종북과 햇볕은 별개 (0) | 2012.06.10 |
[사설]6월항쟁 25주년과 비민주적 ‘종북몰이’ (0) | 2012.06.08 |
[사설]새 국면에 들어선 KBS, MBC의 연대 투쟁 (0) | 2012.06.08 |
[사설]대법원·헌재 논쟁, 시민의 기본권 보장이 핵심이다 (0) | 2012.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