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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재판소가 대법원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소원(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을 향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사태 진전에 따라선 3심제 사법시스템을 뒤흔드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헌재는 GS칼텍스 등이 국세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하자 낸 헌법소원에서 “대법원 판결은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앞서 GS칼텍스는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감면받은 법인세를 국세청이 다시 부과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조세감면규제법이 개정되면서 부칙상의 재부과 규정이 사라졌는데도 세금을 물렸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법원은 “부칙을 계속 적용한다는 규정이 없더라도 사정이 있는 경우 실효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판결 확정 후 GS칼텍스는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실효된 조항을 유효하게 해석한다면 입법행위에 해당해 헌법상의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경향신문DB)



대법원과 헌재의 권한 충돌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5년 헌재는 이길범 전 의원 등이 양도소득세 과세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뒤 낸 헌법소원에서 ‘양도소득세 부과가 부당하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씨가 다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자 대법원은 헌재 결정을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헌재가 “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는 법원 판결은 헌법소원 대상”이라며 법원 판결을 취소하는 등 양대 사법기관의 갈등은 계속 깊어졌다. 헌재는 재판 과정에서 불거진 기본권 침해에 대해선 재판소원을 허용하자는 입장인 반면,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가능해지면 사실상 4심제가 돼 국력을 낭비하게 된다고 주장해왔다.


헌재와 대법원의 권한충돌은 이제 2라운드에 들어섰다. 두 기관의 논쟁이 의미를 가지려면 대전제가 필요하다. 사법권력의 주도권을 어느 쪽에서 쥘 것이냐는 식의 쟁투로 흘러선 안된다는 점이다. 양쪽 모두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시민의 기본권 보장 문제이다. 시민들은 대법원과 헌재 가운데 누가 상위기관인가에는 관심이 없다. 나의 기본권을 누가 더 보장해줄 것인지에 주목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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