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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이맘때 초여름의 대지는 민주주의 쟁취를 향한 시민들의 열망으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연초에 발생한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은폐·조작 사실이 폭로된 데다 연세대생 이한열군이 시위 도중 최루탄을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더욱이 전두환 정권이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차기 대통령을 사실상 ‘지명’하자 마침내 시민들의 분노는 거대한 용암처럼 분출했다. 결국 전두환 정권은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는 ‘6·29선언’으로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경향신문DB
4·19혁명, 5·18 광주민중항쟁 등과 더불어 한국사회의 민주역량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받는 6·10항쟁이 내일이면 25주년을 맞는다. 6월항쟁은 지역·계층·종교 구분 없이 다수의 민중이 직접 거리로 나서 독재체제의 종식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혁명이었다. 6월항쟁을 계기로 젊은 학생을 야수적 고문으로 죽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치적 민주화와 절차적 민주주의는 일정한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인식됐다. 이처럼 민주주의 쟁취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6월항쟁이 성년을 훌쩍 넘긴 스물다섯 살 생일을 맞는데도 우리의 마음은 흔연하기보다는 착잡하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민간인 불법사찰, 공영방송 관제화(官製化), 표현의 자유 억압 등 이명박 정권이 출범 이후 지금까지 저지른 갖가지 민주주의 역주행 행태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부·여당과 친여·수구언론의 비민주적 시대착오적 ‘종북몰이’로 인해 6월항쟁의 고귀한 성과와 의미가 훼손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더욱 참담함을 가눌 길이 없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빌미로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종북세력 낙인찍기는 현 정권의 실정과 비리 등을 일거에 삼켜버리는 한편으로 과연 대한민국이 21세기의 민주공화국인지조차 의심하게 한다. 친인척·측근 비리, 민생경제 파탄 등으로 석고대죄해도 시원찮을 이명박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부정세력 불용(不容)”을 외치고, 차기 대통령선거의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박근혜 의원은 “국가관이 의심스러운 사람들”의 공직 배제를 입에 담고 있다. 친여·수구언론 또한 침소봉대·견강부회 등의 케케묵은 방법으로 종북몰이 담론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요컨대 이들은 사람의 뇌 속을 들여다본 뒤 “너는 종북이야” “당신은 사상이 의심스러워”라며 내쫓겠다는 것인데, 과연 그 종북주의의 기준과 국가관의 건전성 따위를 심사·판정하는 권리를 어느 누가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있단 말인가. ‘종북세력 심판관’을 자처하는 세력은 겉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반민주적인 발상으로 국가공동체를 혼란에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6월항쟁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시민들은 수구세력들의 종북몰이가 연말의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치전략임을 잘 알고 있다. 그때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렸던 정의감과 기개는 그들의 정치적 계승자인 수구세력의 발호를 제어하기 위해 되살려내야 한다. 독재정권이 쏜 최루탄에 눈물을 흘리고, 그들이 휘두른 곤봉에 얻어맞으며 일궈낸 소중한 민주주의가 수구세력들의 종북몰이 놀음에 훼손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것이 25주년을 맞는 6월항쟁의 정신에 값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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