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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노조가 파업을 풀고 어제 현업에 복귀했다. 3월6일 김인규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총파업을 벌여온 지 95일 만이다. 새노조와 사측이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합의하고 새노조 대의원대회와 조합원 총회가 추인한 데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양측 합의안에는 대선 공정방송위원회 강화, 탐사보도팀 부활,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 조만간 폐지, 징계 최소화 및 보도본부장 거취에 대한 책임 등이 담겨 있다. 새노조가 요구해온 공정방송 장치는 어느 정도 관철됐으나 사장 퇴진 명문화는 실패했음을 알 수 있다. 노조 내부에서는 MBC 등 다른 사업장과의 연대투쟁 차질 등을 들어 유보적인 견해도 제시됐으나, KBS의 불공정 보도가 심각한 상황에서 일상의 공정방송 관철과 지속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한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양론이 있을 수는 있으나 우리는 KBS 새노조가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 결코 헛되지 않은 싸움을 벌였다고 평가한다. 현장 복귀를 통해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는 언론파업 문제를 뉴스와 프로그램으로 제작해 알리는 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선 방송 등 공정방송 실천을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합의한 것도 지난 총선 때의 극심한 불공정 방송 사례들을 돌이켜볼 때 값진 성과다. 파업 기간 새노조가 제작한 <리셋 KBS 뉴스9>을 통해 청와대가 직접 불법사찰을 지시했으며 방송·언론사 사장 인사에 개입했음을 밝혀내는 특종을 한 것도 망외의 성과였다. 사측은 행여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새노조와의 합의정신을 존중하기 바란다. 


법원 들어서는 MBC노조집행부 (경향신문DB)



그러나 사상 초유의 공영방송 연대파업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인 MBC의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이 연대파업이 해결되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두 공영방송의 파업은 낙하산 사장과 불공정 방송이란 문제의 본질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그 불순성과 악질적 성격에서는 MBC 쪽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본다. 공정보도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김재철 사장은 여성 무용가에게 20억원이 넘는 공연료를 몰아주고 법인카드를 물쓰듯 했다. 재임 2년 동안 7명이 해고됐고 106명이 징계받았다. 35명이 대기발령 상태다. 또 법원은 경찰이 노조 간부 5명에 대해 재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달 21일에 이어 두번째 기각이다. 법원은 이들에 대한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경의 무리한 영장 청구가 잇따라 기각됨으로써 노조의 파업 동력이 도리어 힘을 얻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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