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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11일 사퇴의 뜻을 밝혔다. 지난달 19일 KTX 열차와 굴착기의 충돌을 시작으로 지난 8일 KTX 강릉선 탈선까지 3주간 10건의 열차사고가 발생한 데 대한 책임을 진 것이다. 오 사장은 “코레일의 사명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인데 그렇게 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표를 즉시 수리하고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강릉선 탈선 사고에 대해 코레일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탈선 사고에 앞서 고장으로 승객이 갇히는가 하면, 도색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사망하고, 굴착기에 열차가 충돌하는 등 다양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연히 여러 조치들이 취해졌다. 지난달 30일 총괄책임자를 보직해임했고 지난 5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코레일 본사를 찾아 재정비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끝내 대형 사고가 발생했으니 코레일의 ‘나사가 풀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9일 오전 강원 강릉시 운산동의 강릉선 KTX 열차 사고 현장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기중기를 이용해 선로에 누운 객차를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다행히 천운이 따른 덕분에 인명피해가 크지 않았을 뿐이다. 만약 고속주행을 했더라면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한 정부로서는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레일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

코레일의 사고를 대하는 자세도 이해하기 어렵다. 오 사장은 이번 사고의 ‘본질적인 책임’은 공기업의 인원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라고 주장했다. 인원이 감축되면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과도한 경영합리화는 안전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경영합리화 등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선로전환기의 문제로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그간 선로전환기 점검조차 없었고, 전환기에 오류신호가 떴음에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원 부족보다는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KTX와 굴착기 충돌, 오송역 단전 등 일련의 사고도 상황은 비슷하다. 근무기강 해이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 해선 안된다.

코레일과 정부는 재발방지책과 쇄신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강릉선에 대한 긴급 정밀점검을 벌여야 할 것이다. 열차 사고의 장소와 유형이 다양한 만큼 차제에 전국의 열차와 선로, 신호체계 등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신임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수장 공백기의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오 사장 후임으로 낙하산이 아니라 전문가를 임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릉 사고와 오 사장의 사퇴를 안전한 철도로 한 단계 상승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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