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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택시기사가 카카오 ‘카풀(승차공유) 서비스’에 반대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분신해 숨졌다. 카풀 서비스는 출퇴근 시간에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연결해 유료로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가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그런 와중에 카카오 측이 지난 7일 전격적으로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고, 오는 17일 정식 서비스를 개시키로 하자 이런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카카오T 카풀 크루(운전자) 등록 안내 포스터

택시기사들은 지난 10월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6만여명이 모이는 등 벌써 3차례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전현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카풀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져도 정부는 아무런 법적·제도적 보완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자 이미 카풀 신청자 50만명을 모집하고 이 중 6만여명을 승인한 카카오 측은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사업을 강행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카풀 서비스의 문이 열린 것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내부적으로는 카풀 서비스를 하루 2회로 제한하고 별도의 직업이 있는 경우만 카풀 기사를 허용하는 등의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를 공론화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당 TF의 눈치를 보느라 카카오가 서비스를 시작할 때까지 손을 놓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다가 이런 허망한 죽음을 초래했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카풀 서비스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의 한 축인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반대보다 찬성하는 시민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택시업계에 타격이 클 것은 자명하다. 혁신성장이 가속화될수록 이처럼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혁신성장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오는 20일 대규모 집회를 예정하고 있던 택시노조는 동료의 죽음에 더 강경한 투쟁을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11일 긴급히 TF 회의를 열고 정부에 전향적인 택시 지원책을 요구하며 이번 주말 전까지 최종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 생명이 희생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내놓는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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