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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의 가장 큰 숙제인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처리됐지만 연말 정국은 암울하다. 선거제 개혁을 뺀 예산안 합의에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개혁과제에 앞으로 협조하기 어렵다며 싸늘한 분위기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협치종료를 정식 선언한다”고 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단식농성 5일째다. 지금 국회는 ‘유치원 3법’을 포함한 민생법안과 사법개혁,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 시급한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일쯤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이런 현안들을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개회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2월 11일 (출처:경향신문DB)

일이 이렇게 된 데는 누구보다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야 3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총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정당별 총 의석수에서 지역구 의석수를 뺀 만큼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할당하는 방식으로 사표(死票)를 방지하고 유권자 의사를 정확히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 대선은 물론이고 그 전 총선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왔다. 지난 3월 청와대가 발표한 정부 개헌안에서 ‘국회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해 배분해야 한다’고 거듭 확인하기까지 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제1당이 된 뒤 미온적인 입장으로 변한 것은 거대 정당에 절대 유리한 현 소선거구제의 기득권을 선뜻 내놓고 싶지 않은 속내임이 빤히 보인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자유한국당보다 민주당이 더 밉다”고 분노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1위만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구제가 민심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은 모든 정당이 공유하고 있다. 승자가 독식하는 지금의 선거 방식이 지역구도를 고착시키고 분열의 정치를 부추겨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시민과 시대의 요구에 맞도록 바꾸는 게 마땅하다. 최고의 정치 개혁은 선거제 개혁이란 말이 나온 게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러나 원내 1·2당의 기득권 집착 때문에 과거 선거제 개혁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이러다 또다시 절호의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민주당이 진정 시민의 뜻을 받들고 대의 민주주의 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라면 과감하게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 개편, 의원정수 확대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데 시일이 촉박하다면 우선 큰 틀의 선거제 개혁에 합의하고 연말까지인 정치개혁특위 활동 시한을 연장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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