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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전 대표와 정병국·나경원 의원 등 비박근혜계 새누리당 의원 40여명이 어제 긴급 회동을 갖고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올바로 수습하려면 당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우·김세연 등 중립성향 의원 21명도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는 “난국을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사태를 수습해야 하니 지도부에서 물러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비박계 의원 40여명이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긴급회동 열어 거국내각 구성과 현 새누리당 지도부의 즉각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이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궤변이다. 국가적 혼란을 맞아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처럼 위장했지만 실제론 하야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을 위해 방어막을 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로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박 대통령이 지명하는 상설특검을 설치하는 등 실효성 없는 수습안을 제시하면서 시간을 번 뒤 박 대통령 체제를 복원하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박 대통령의 국정 파행을 견제하라는 시민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박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감싸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들어 놓고서 뒤늦게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당 지도부의 태도만 봐도 당을 이끌 자격을 상실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당이 할 일은 박 대통령에게 성난 민심을 전달하면서 수사에 응하도록 촉구하는 것이지만 당 지도부는 이를 굳이 회피해왔다. 어제 당내 쇄신을 요구한 의원들이 진실규명을 위해 박 대통령이 수사에 적극 응해야 한다고 입장을 모은 것과도 대비된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지금 우선 해야 할 일은 시민 앞에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석고대죄하고 물러나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 머슴을 자처한 이정현 대표는 지난 석달 동안 박 대통령의 머슴 노릇만 했다는 것을 온 국민이 다 안다. 이런 당 대표를 당의 얼굴로 그대로 두고는 새누리당이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시민들이 온통 나라를 걱정하는 마당에 국정문란을 방조한 책임이 있는 당 지도부가 기득권을 지키겠다면 누가 그 당을 지지할 것인가. 필부만도 못한 공인 의식을 가진 새누리당 지도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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