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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어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하면서 몇 가지 이유를 댔다. 황 대행은 먼저 특검이 장기간 충분히 수사해 특검 설치의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황 대행의 말대로 서울중앙지검 수사를 포함한 ‘115일이라는 짧지 않은 수사기간’에 수사의 기본이 되는 압수수색조차 박 대통령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놓고 박 대통령은 어제 헌재 최후변론에서 자신의 불법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탄핵 기각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런 수사를 두고 진정 조사가 충분하다는 것인지 검사 출신인 황 대행의 양심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황 대행은 또한 특검이 다 밝히지 못한 부분은 추후 검찰이 수사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황 대행이 말한 그 검찰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에 나섰지만 시민의 불신을 받고 결국 특검 설치의 정당성을 제공했다. 이런 검찰에 다시 수사를 맡기면 된다는 황 대행의 발상이 한심하다. 나아가 황 대행은 검찰 수사마저 미진하면 정치권이 다시 특검을 추진하라며 시민과 국회를 우롱하는 망발을 했다.

27일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눈을 감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 대행은 특검 연장 불허 이유로 사회 갈등과 대선에 끼칠 악영향도 거론했다. 특검을 연장해야 한다는 70%의 민의를 모욕하는 궤변이다.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하면 된다면서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모순이다. 향후 수사에 나설 검찰에 대고 진실 규명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사회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아스팔트를 피로 물들이겠다고 공언하는 수구단체들이다. 법질서 유지 책임을 외면한 채 그들의 망동을 방기한 국정 책임자는 사회 갈등 운운할 자격이 없다.

황 대행은 어제 특검 연장 거부를 밝히면서 ‘고심’과 ‘국정안정’을 두 번씩 거론했다. 안보위협론도 빠뜨리지 않았다. 가증스럽고 위선적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황 대행이 진정 국정안정을 고심했다면 상황을 조기에 매듭짓도록 했어야 한다. 시민 앞에 나서 특검 연장 거부를 직접 발표하지 못한 것 자체로 황 대행은 자신의 논리가 빈약함을 입증했다.

황 대행은 대행 초기부터 국정의 안정적 관리를 요구한 시민의 명령을 거역했다.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기에서 멸사봉공의 자세로 일하는 공직자라면 대통령 대행 직함을 과시하는 홍보 시계나 만들어 돌리고, 과도한 의전으로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동은 할 수 없다. 황 대행은 이번 특검 연장 불허로 박 대통령에 대한 작은 의리는 지킨 대신 시민을 위한 대의는 저버렸다. 시민들은 이런 황 대행을 공화국의 최고 신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 바른정당을 제외한 야 3당이 뒤늦게 황 대행의 국무총리직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공허하다. 엄동설한에 시민들이 촛불을 밝혀가며 만들어준 개혁 기회를 무산시킨 야당은 황 대행의 책임을 묻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시민에 의해 탄핵당한 권력자를 비호하기 위해 특검 연장 불허라는 역사적 폭거를 저지른 황 대행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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