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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25년 만에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제도 개편안을 새로 내놨다. 지금은 사고의 경중에 따라 할증 폭이 좌우됐지만 앞으로는 사고 건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구조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결국 경미한 접촉 사고를 낸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만 늘게 됐다. 사고 한번에 보험료가 13.7% 오른다니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운전자들은 할증이 무서워 보험에 가입하고도 생돈으로 차를 수리해야 할 판이다. 당국이 손해보험 업계의 빈 주머니를 채워줄 요량으로 개편안을 만든 결과다.

차 보험은 26등급으로 구분돼 등급당 약 6.8%의 보험료 차이가 나도록 설계돼 있다. 지금은 인명 사고나 수리비가 많이 나오는 대형 사고일수록 할증 폭이 커지는 구조다. 하지만 자동차 문화·환경 변화로 인명 사고는 줄어든 반면 물적 피해를 수반한 접촉 사고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를 감안해 사고 건수에 따라 보험료가 할증되도록 바꾸겠다는 게 개편안의 골자다. 한번 사고에 2등급이 할증되고 두번째 사고는 20.5%의 추가 보험료 부담을 져야 한다. 대형 사고는 부담이 적어지는 대신 경미한 사고 운전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동차보험 사고당 평균보험금 (출처 : 경향DB)


할증 체계에 문제가 있다면 바꿔야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개편안은 교통문화 개선이나 운전자들의 편익보다는 보험 적자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손해보험 업계는 “차보험은 팔수록 적자”라며 보험료 인상과 할증 체계 개편을 요구해왔다. 당국이 수리비 지출이 큰 보험사의 입맛에 맞게 오랜 숙원을 해결해 준 꼴이다.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을 늘려 대기업 손해보험 업계의 곳간을 채우겠다는 발상과 다를 게 없다. 결국 보험료 할증이 부담스러운 운전자들은 멀쩡한 보험을 놔두고 자기 돈으로 수리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럴 거면 보험은 뭣 하러 들어야 하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편법 할증 체계 개편안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손보업계의 적자 타령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보험 사기와 비싼 외제차 부품 수리비가 차 보험료를 축내는 주범이라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사기범들에게 떼이는 차 보험료만 한 해 1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수입차 부품 수리비는 부르는 게 값이라 국산차의 2.9배 수준이다. 이 문제만 해결해도 적자 해결은 물론 지금의 보험료를 대폭 내릴 수 있다. 언제까지 근본 원인은 방치한 채 손쉽게 운전자들의 주머니만 털겠다는 것인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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