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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은 재외동포 청소년 400여명이 재외동포재단이 실시한 ‘2014 재외동포 청소년 초청연수’에 참여해 모국의 사회·문화·역사를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재외동포 청소년 모국연수는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가운데 해마다 지원자가 크게 늘고 있다. 선발기준은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청소년 중 한국어 능력과 봉사실적이 우수한 학생을 우선 선발하지만,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학생은 20~30%에 지나지 않는다. 절반 정도는 의사소통만 겨우 가능하다. 다행이라면 해가 갈수록 한국어 실력이 좋아진다는 점이다.

재외동포 청소년들에게 한국은 낯설 수 있다. 말도 잘 안 통하고 생활방식이 달라 불편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들은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한국 방문을 신청했을까? 의외로 많은 참가자들이 이 행사에 참가했던 선배나 친구의 권유로 오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기대 이상이었다는 말을 덧붙인다. 각국에서 온 청소년들은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가며 의사소통을 하는데, 서로 마음이 통해서인지 막힘이 없다. 이들은 농어촌 체험과 홈스테이를 함께하면서 어느새 ‘지구촌 한가족’이 된다. 특히 지방에서 홈스테이를 한 청소년들은 고향에 온 듯 환대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어디에 살든 청소년들의 관심은 다르지 않다. 공부, 이성 친구, 대학 진학 등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관심사항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다. 미국에서 온 한 학생은 한국 학생들의 높은 면학 분위기를 실감했다며 “아침 일찍 등교해 수업을 마치고, 자율학습과 학원을 거쳐서 밤늦게 귀가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온 학생은 “놀고 싶고 이성 친구도 만나고 싶을 텐데 지독하게 공부하는 것을 보니 한국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된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다.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외교센터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재외동포 사회도 이제 세대교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1세대와 1.5세대가 2~3세대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있다. 재외동포 청소년 교류 사업은 장래의 주역들이 모국을 체험함으로써 한민족 정체성 및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자기 나라로 돌아간 뒤에도 국내외 친구들과 연락을 취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모국연수 기간은 대체로 무더위와 장마를 피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쉽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데 청소년들은 7박8일을 보내고 나서 벌써 끝났다며 아쉬워한다. 실제로 행사 뒤에 한국으로 유학 오는 청소년도 있고, 민박을 제공했던 한국 학생은 외국 친구 집으로 어학연수를 가기도 한다. 올해까지 이 행사에 참가한 재외동포 청소년은 4300명에 이른다. 필자는 이 행사에 참여한 재외동포 청소년들이 거주국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그 나라의 모범시민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동시에 거주국과 모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조규형 |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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