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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설 연휴를 지나며 정치권에 온갖 이합집산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3월13일 이전’으로 천명하며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자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진 분위기다. 빅텐트론(論)은 친박근혜(친박)·친문재인(친문)계를 제외한 나머지 세력들이 제3지대에서 하나의 정당으로 모이자는 주장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존 정당에 합류하지 않은 채 개헌과 패권주의 청산을 고리로 추진해왔으나 벽에 부닥친 상태다. 다급해진 반 전 총장은 31일 “모든 정당·정파 대표들로 개헌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개헌을 내세워 어떻게든 빅텐트를 세워 볼 심산이지만 개헌은 오갈 데 없는 정치인들이 정략적으로 추진할 일도 아니고, 추진되어서도 안된다.

스몰텐트론은 빅텐트론이 사실상 실패하자 여권은 반기문·유승민·남경필 등이 모여 보수연합으로, 야권은 안철수·손학규·정운찬 등 비문 세력끼리 별도로 뭉치자는 구상이다. 여야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빼고 각자도생의 길을 찾는 것이다. 모두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한마디로 말장난이요, 구태 정치다. 원칙도 명분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기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를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로 대표된다. 정치는 정당을 중심으로 정책과 노선, 정체성을 놓고 서로 경쟁하며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권력을 좇아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것은 정당정치를 후퇴시키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사람들에겐 누구를 위해, 왜 정치를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이번 대선은 짧은 선거기간으로 뚜렷한 비전과 정책보다 세력 간의 짝짓기로 흐를 것이 우려됐다. 대선에 나선 정당과 그 대표 주자는 분명한 정책과 확고한 국정운영 철학을 유권자에게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 정체불명의 이합집산이나 표를 노린 선거용 수사(修辭)는 정의 실현을 위한 적폐청산이란 대의명분과는 거리가 멀다.

촛불민심은 여야를 포함해 정치권 전체의 반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엄중한 항의였다. 정치인은 시민 앞에 먼저 고개 숙여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도리다. 그런데도 촛불을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세력 확장이나 주도권 다툼에 골몰한다면 더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촛불시민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뒤늦게 숟가락을 들고 나타나 ‘내 상이니 네 상이니’ 하며 다툼을 벌이는 꼬락서니를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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