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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주한미군과 중국군

opinionX 2017. 12. 28. 15:26

중국의 동북지방은 역사적으로 전략적 요충지였다. 수 양제도 이곳에 터잡은 고구려 정벌에 실패해 패망했으며, 여진족은 여기서 청나라를 일으켰다. 1949년 팔로군이 국민당군을 이겨 공산당의 대륙 장악의 전기를 마련한 것도 이 동북지방에서였다. 만주로 불렸던 이곳이 대륙의 주인을 결정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변방이자 변화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동북지역 방어를 맡고 있는 부대가 중국군 북부전구사령부다. 북·중 국경 경비를 책임지면서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투입되는 부대이다. 올 들어 이 부대 이름이 부쩍 자주 거론된다. 지난 4월 북한의 6차 핵실험 때 비상령을 내렸다고 하더니 최근에는 유사시 북한에서 핵물질 확보 훈련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급기야 25일에는 이 부대와 서울의 주한미군사령부가 핫라인을 개설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 급변 사태 시 미군이 휴전선을 넘어 북에 진군하더라도 다시 38선 이남으로 내려올 것임을 중국에 약속했다”고 말한 바 있다. 미·중 양국이 저마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군사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한국인들은 미군의 한반도 개입은 당연시하면서도 중국군의 역할은 크게 유의하지 않았다. 중국이 북한이라는 완충지대의 소멸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도였다. 그런데 북핵 사태가 악화되면서 중국군의 한반도 진출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것도 미·중 양국의 부대가 핫라인을 설치해야 할 정도로 현실화하고 있다.

과거 미·소 간 핫라인이 설치됐을 때 이를 ‘의지의 연결선’이라고 했다. 핫라인 설치 자체보다 그 뜻을 존중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고위 관리는 미·중 두 부대의 핫라인 설치를 확인하면서 “미·중 양국이 북한 문제를 공동으로 관리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자기들끼리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남북 간 핫라인은 개성공단 폐쇄 조치 이후 2년 가까이 끊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만 외로이 “전쟁은 안된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평화의 전기를 마련하자”고 외치고 있다. 우리 땅이면 우리의 의지를 관철시켜야 한다. 남북 간 의지의 연결선이 절실하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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