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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일 ‘아무 말 대잔치’ 수준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홍 대표는 성탄절인 25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을 찾아 “정부가 연말에 가장 먼저 해야 했을 일은 미리 소방점검을 하는 것인데 정치보복을 하고, 정권 잡았다고 축제하는 데 바빠 소방·재난점검을 전혀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귀를 의심하게 할 만한 발언이다. 그로선 모처럼 정치공세의 호재를 잡았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국민적 참사를 놓고 정부를 비판하는 언급으로선 참으로 저급하기 짝이 없다. 

홍 대표는 지난 주말 대법원이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하자 “증거를 조작한 검사들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다음날엔 페이스북에 “친정부 관제언론” “포털과 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라고 썼다. 이어 “SNS조차도 ‘문빠(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댓글조작으로 한국 사회는 이제 괴벨스가 통제하는 빅브러더 사회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 대법 판결은 그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와 증언이 불충분하다는 것일 뿐, 그의 결백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홍 대표의 측근들이 돈 전달자인 경남기업 윤모 전 부사장을 찾아 회유를 시도했다는 건 재판과정에서 다 확인된 사실이다. 돈을 받지 않았다면 굳이 그럴 일이 없다. 홍 대표는 증거조작이니, 검사 징계니 하기 전에 물의를 빚은 데 대해 먼저 사과하고 자중자애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불리하면 조작설이나 색깔론 같은 좌충우돌식 발언을 일삼는 건 이제 홍 대표의 전매특허처럼 됐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최저임금 인상을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자가당착적인 공격을 했다. 그러더니 21일에는 느닷없이 이주노동자의 해외 송금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 혐오와 차별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자칫 정치생명이 끊어질 수도 있었던 홍 대표는 무죄 판결로 제1야당 리더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히게 됐다. 홍 대표는 인적·조직·정책 등 3대 혁신을 통해 시민에게 사랑받는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대국민약속을 했다. 그렇다면 홍 대표는 이제라도 지지층조차 눈살을 찌푸리는 반사회적 언사를 접고, 도덕성과 품격을 바탕으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보수의 적자(嫡子)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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