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회가 5일 종교인 퇴직금 과세를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법안소위로 넘겼다. 논란이 큰 만큼 한번 더 논의해보겠다는 뜻이다. 개정안은 종교인의 2018년 1월 이후 근무기간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퇴직소득 과세대상으로 한정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종교인들은 2017년 이전의 재직기간에 해당하는, 많게는 수십억원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개정안은 또 이미 납부한 퇴직금 소득세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혜가 아닐 수 없다.

국회는 종교인 퇴직소득 과세 기간을 줄인 데 대해 ‘소급 과세’라는 이유를 들었다. 종교인 소득에 세금을 물리기 시작한 시기가 2018년 1월 이후이므로 이보다 앞선 기간까지 소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종교인에게 특혜를 주려는 명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퇴직금 소득 과세 시점은 수입 시기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교인 퇴직금 소득세 부과는 소급 과세가 될 수 없다. 당초 정부도 같은 입장이었다. 그런데 보수 개신교 단체가 반대하고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이를 거들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종교인 퇴직소득 과세가 후퇴하면 종교인에게 매겨지는 세금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와 반대로 일반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조세 평등주의’에 위배된다.

특히 현재의 개정안대로 입법화되면 특혜가 일부 대형 종교단체에 집중된다. 대부분의 소형 교회에 소속된 종교인들은 적립한 퇴직금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교회 소속 종교인의 경우에는 거액의 퇴직금을 받으면서 비과세 혜택까지 누리게 된다. 이번 개정안이 일부 대형 교회와 종교인을 위한 특혜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가 그동안 일련의 종교인 과세 법안을 처리하면서 보인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앞서 2015년 종교인 과세는 ‘무늬만 과세’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회는 이번 개정안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 3명 가운데 2명이 반대하는 여론을 국민 대표인 국회가 묵살한 것이다. 종교인 과세가 더 이상 후퇴해선 안된다. 국회 법안소위에서는 형평성과 조세정의에 맞는 방향으로 논의되길 기대한다. 형평성을 잃은 법을 만들어놓고 성실납부를 기대할 수는 없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