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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들이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를 대폭 완화한 인터넷전문은행규제특례법안을 처리하기로 지난 17일 합의했다. 여야가 합의한 인터넷전문은행법안의 골자는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의결권 있는 지분 4%에서 34%로 높이는 것이다. 다만 시행령에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재벌)의 진입을 막고, 카카오와 KT처럼 정보통신기술(ICT)업 자산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만 허용한다는 규정을 담기로 했다.

이에 진보진영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재벌은행 탄생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시행령은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고, ICT 주력 기업도 재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산분리 원칙은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면 발생할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시민들의 예금으로 조성된 막대한 은행 자금이 재벌 뜻대로 운용된다면 자금배분의 왜곡과 부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재벌이 은행의 건전한 운용은 뒷전이고 몸값만 높여 매각하려는 경영을 한다면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인터넷전문은행법에 금융관계법과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자에 대해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도록 명시해 부도덕한 산업자본의 진입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현행 은행 대주주 자격요건보다 강화된 내용이다. 또한 은행법의 대주주 신용공여 한도 25% 규정을 인터넷전문은행법에서는 전면 금지하는 등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장치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개혁 1호 법안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공약 위배라는 비판을 무릅쓰며 이를 추진한 것은 자본확충과 책임경영 강화로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을 높여 금융시장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런 취지를 살리면서 재벌 사금고화는 차단하는 확실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 여야가 합의한 시행령이 제대로 마련돼야 하는 건 물론이고, 금융감독당국은 법에 명시된 대주주 자격요건과 편법적인 경영 여부 등을 철저하게 심사·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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