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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식 사랑은 조건이 없는 법이다. 잘난 자식이라고 더 예뻐하지 않고, 못난 자식이라고 매몰차게 내치지 않는다. 자식이 잘못된 길을 걸어도 끝까지 참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돌아온 탕아’를 품에 안는다. 이런 사랑을 알고 있기에 자식은 삶이 힘들 때마다, 심지어 죽음 직전에도 부모를 떠올린다. 그런데 자식과도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따뜻한 사랑으로 끌어안기는커녕 사실을 왜곡하고, 비뚤어진 증오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이상한 부모들이 있다. 이른바 보수단체라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과 ‘대한민국 엄마부대 봉사단(엄마부대)’이 바로 그들이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그제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유족 단식농성장에 난입해 고성을 지르고 책상을 뒤엎는가 하면 제지하는 경찰에게도 팔을 무는 등의 난동과 행패를 일삼았다고 한다. 이에 앞서 엄마부대 회원들은 지난 18일 농성장 앞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네요” “유가족들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의사자라니요” 등의 내용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벌였다. 엄마부대 회원들은 유족들이 의사자 지정 등 무슨 보상이라도 받아내려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유족들은 “그 어떤 보상도 요구하지 않으며 오직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힐 것과 책임자 처벌만을 원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어버이연합이 물리적 폭력으로 유족들에게 상처를 줬다면 엄마부대는 사실을 왜곡하는 언어의 폭력으로 자식 잃은 유족들의 가슴에 또 한번 비수를 꽂은 셈이다. 이들도 모두 가정에서는 자식을 거느린 부모일 텐데 어떻게 이렇게 잔인한 언행을 일삼을 수 있는 것인지 참담하기만 하다.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국민 대책회의' 소속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가족 단식농 성장' 앞에서 가진 동조 단식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를 두고 흔히 보수단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온 행태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헌신과 충성심, 자기절제, 선공후사, 도덕성 등 보수 본연의 가치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이었다. 그런데도 정권은 보수 단체들에 적지 않은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관변단체로 활용해오고 있다. 결국 보수의 가치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보조금을 앞세운 정권의 부추김 등이 한데 어우러져 지금의 일그러진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다.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러나 견해가 다르다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은 ‘어버이’와 ‘엄마’가 할 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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