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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9일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대한변호사협회는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입법청원을 했다.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국민적 청원의 요체는 무엇보다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그에 기초한 재발방지 대책의 마련에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민간 조사위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면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주장하면서 특별법 제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전혀 ‘법적’이지 않다. ‘법(체계)’을 빙자한 정치적인 궤변일 뿐이다.
특별법에 의해 설치될 진상조사위원회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권력기관을 상대해야 한다. 막강한 권력기관을 상대로 성역 없는 진상조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관련 자료에 대한 제한 없는 조사와 관련자들의 진술 청취 등이 효과적으로 담보될 수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의 특별법안을 보면, 정부 기관이나 기업, 단체는 위원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의 범위가 광범위해 관련 기관이 자료제출을 거부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철저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강제수사권까지 동원할 수 있는 조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단식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민간인’이기 때문에 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논리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시행됐던 특별검사제의 경험만 보아도 그 논리의 허약함을 알 수 있다. 현행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할 때 특별검사나 특별검사보 등은 변호사로서의 일정 경력 외에 다른 요건은 요구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현행 법체계상 수사권은 경찰, 검찰에 근무하는 수사공무원 외에 다양한 영역의 공무원들에게도 부여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민간위원이나 조사관에게 공무원으로서의 신분과 업무의 공정성을 보장하면서 그들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법체계상 문제가 될 것은 전혀 없다. 중요한 것은 위원회가 권력기관을 상대로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물론 조사과정에서 조사 대상자의 인권이 침해되거나 적법절차의 원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들에게 수사권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의 특별법안은 조사관에게 특별사법경찰관리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돼있다.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형사사법체계를 뒤흔든다고 난리치고 있지만,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라는 목표에 비춰 보면 사실 새정치연합의 법안도 부족하다. 조사관에게 사법경찰관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정부기관이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경우 등에 필요하다면 강제수사권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현행 형사소송법상 영장 청구는 검사의 권한으로 돼있기 때문에 정작 압수수색을 위해서는 검찰청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것은 신속하고도 철저한 진상규명에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세월호 참사의 성역 없는 진실규명을 위해 위원회는 특별검사의 권한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대책위에서 청원한 ‘4·16 특별법안’은 제1소위원회(진실규명소위원회)의 상임위원을 10년 이상 판검사 내지 변호사의 경력이 있는 자 중에서 임명하도록 하면서 특별검사의 권한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특별검사를 위원회에 두는 방안에 대해서도 법체계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성역 없는 진실규명에 동의한다면 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해야 마땅하고, 실효성 있는 수사권이 부여되려면 위원회가 특별검사의 권한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특별법 제정이 우리의 법체계를 흔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법적 논리도 갖추지 못한 궤변으로 성역 없는 진실규명의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는 행태야말로 우리 사회의 정의 요청을 뒤흔드는 반동적인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호중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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