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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한 4월16일 이후 시민은 묻고 또 물었다. “이것이 국가인가?” 참사 100일을 목전에 두고 시민은 다시 묻는다. “이것이 국가인가?” 정부 수립 이후 최대 체포작전으로 불려온 ‘유병언 검거 작전’의 실패를 목도하면서다. 검찰과 경찰은 물론 군까지 동원해 쫓아다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반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는 소식은 모두를 허탈하게 한다. 무능하고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이 정부를 어찌할 것인가.
경찰은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 전 회장으로 확인됐다고 어제 밝혔다. 발견 40일 만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 시신의 DNA가 유 전 회장과 일치하고, 시신의 오른쪽 검지에 남아 있던 지문이 유 전 회장 지문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경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문점은 남는다. 발견 당시 시신은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고 한다. 유 전 회장이 마지막 흔적을 남긴 것은 검찰이 5월25일 순천 송치재 별장을 급습했을 때다. 당시 도주하다 숨졌다 해도 시신 발견까지는 18일 방치돼 있었을 뿐이다. 단기간에 시신이 이렇게 훼손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경찰의 지문 채취 과정도 석연치 않다. 경찰은 시신 발견 직후 왼손 손가락의 지문 채취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다 그제 국과수에서 시신과 유 전 회장의 DNA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고서야 오른손 지문을 채취했다. 초기 왼손에선 발견되지 않던 지문이 뒤늦게 오른손에서 채취됐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인 것으로 확인되자 경찰이 22일 사체 발견 장소 주변에 뒤늦게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_ 연합뉴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검경의 행태이다. 경찰은 송치재 별장 인근에서 의문의 변사체가 세모 관련 유류품과 함께 발견됐음에도 안이하게 대응했다. 검찰 역시 별다른 의심 없이 통상적 변사사건으로 처리했다. 검찰은 국과수의 DNA 분석 결과가 나온 날에도 “추적의 꼬리를 잡고 있다. 검거는 시간 문제”라고 큰소리를 쳤다. 검찰은 유령을 추적하고 있었던 건가, 아니면 추적하는 흉내만 내고 있었던 건가.
박근혜 대통령은 시신이 발견된 후인 지난달 30일 “유병언을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죽은 유병언’의 책임을 추궁한 셈이니 기막힐 뿐이다. 땅에 떨어진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 검찰과 경찰은 이제라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유 전 회장의 죽음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검경 수뇌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청와대와 새누리당도 유 전 회장을 방패막이로 내세워 책임을 모면하려던 시도가 불가능해졌음을 인정하고, 세월호특별법 통과에 협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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