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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은 박정희 육군 소장과 그를 추종하는 군인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장면 정권을 총칼로 전복한 쿠데타이다. 박정희 정권의 공과 문제와 상관없이, 민주 헌정을 무너뜨리고 불법으로 권력을 탈취한 사건의 본질은 변함없다. 1996년부터 모든 초·중·고교 교과서는 5·16을 군사정변으로 기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1993년부터 세 차례 판결을 통해 5·16이 쿠데타라고 확인했다. 교과서를 배운 초등학생들도 답할 수 있는 ‘5·16 군사정변’을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여러 장관 후보들이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통해 ‘5·16을 군사정변으로 보느냐, 혁명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은 현시점에서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교육을 책임지는 장관을 맡겠다는 이가 이런 역사인식과 소신을 갖고 있다니 끔찍하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도 어제 인사청문회에서 ‘5·16 쿠데타’ 답변을 피하려 야당 의원들과 지루한 숨바꼭질을 벌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때도 서남수 교육부·황교안 법무부·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이 인사청문회에서 ‘5·16 쿠데타’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한 나라의 장관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리느라 군사정변을 군사정변이라 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것은 참담하다.

엘리베이터안의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 (출처: 경향DB)


무려 30여가지에 달하는 연구 비리 의혹이 제기된 김명수 후보자는 서면답변에서 “당시 학계 문화 등에 비추어 큰 하자가 없다”며 발뺌했다. 10여건에 달하는 논문 표절, 제자 논문과 연구비 가로채기, 연구 업적 부풀리기, 칼럼 대필 등을 죄다 ‘관행’으로 치부하는 태도다. 이쯤이면 책임과 윤리 의식이 마비된 것이다. 이런 수준의 도덕률을 지닌 인물이 교육계 수장이 되어 아이들에게 정직을 말하고, 교육개혁과 공교육 정상화를 외친다면 웃음거리만 될 것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어제 소위 ‘국가 개조’ 방향과 계획을 담은 담화를 발표했다. 정 총리는 “공직사회 혁신과 부패구조 혁파 등 공직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김 후보자를 비롯해 인사청문회에 나선 장관 후보자들은 너나없이 도덕성과 자질에서 하자투성이다. 이미 도덕성부터 국민 신뢰를 잃은 장관들이 주도하는 정부 혁신과 공직개혁은 추동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국가 개조’를 운위하기에 앞서 인적 쇄신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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