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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지진이 일어났던 경북 경주에서 그제 오후 8시33분 규모 4.5의 지진이 또 발생해 시민들이 놀랐다. 여진의 강도가 컸다는 점에서뿐 아니라, 국민안전처의 대응에서도 그랬다. 1주일 전처럼 미흡한 대처, 늑장 대응이 반복됐다. 서버 처리 용량을 최대 80배 늘렸다는 국민안전처의 홈페이지는 지진 직후 2시간 동안 다운됐다. 긴급재난문자의 늑장 발송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안전처는 오후 8시38분과 41분 경주에 긴급재난문자를 보냈고, 45분에는 경북, 47분에는 부산과 울산, 대구, 경남, 경북 지역에 문자를 내보냈다. 경주 지역에는 5분 만에 보냈지만, 다른 지역에는 지난 12일 지진 때보다 오히려 더 늦었다. “매뉴얼도, 골든타임도, 사후대책도 없는 3무(無)대책”이라고 한 야당 의원의 말이 딱 맞다.

19일 오후 8시 33분에 경북 경주에서 규모 4.5 여진이 발생했지만, 국민안전처는 발생시간보다 15분 늦은 오후 8시 48분에 긴급재난안전문자를 보냈다. 연합뉴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거듭 늦어진 것에 대해 “기상청에서 바로 해야 하는데, 저희 단계를 거치니 문제가 있다”며 “조기경보체계를 다시 구축하겠다”고 답변했다. 3분 안에 문자를 발송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이미 장담했던 국민안전처였다. 그런데 10분을 넘기는 늑장 대응을 하고 나서 이런 답변을 한 것이다.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시민을 지진 공포에서 구해내야 할 안전처가 도리어 불안을 키우는 꼴이다. 일하는 자세가 이렇게 미덥지 않으니 인책론이 안 나올 리 없다.

그런데 안이한 대응은 국민안전처만의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지진 현장을 방문했지만, 앞서 1주일 동안 한 일은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원전 등에 대한 지진 대책을 재점검하라고 한 게 전부였다. 2차 지진이 발생한 이튿날인 어제 국무회의도 황교안 총리가 주재했다. 대통령이 재난에 무관심하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안전처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재난 대응을 총괄하는 부처로 신설되었다. 책임 있게 업무를 처리하라고 책임자도 장관급으로 높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안전처는 재난대응 컨트롤타워로서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식이라면 안전처를 신설한 명분이 없다. 이번 여진으로 공포를 느낀 일부 시민이 대피용 배낭을 꾸렸다는 말까지 들린다. 정부는 지진에 취약한 건물이나 시설, 설비 구조물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공개하고 비상시 대처 요령을 시민들에게 숙지시켜야 한다. 진앙인 양산단층대를 체계적으로 조사할 필요도 있다.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고 적극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는 빈말로만이 아닌, 실효성 있는 지진 종합대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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