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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울산시장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피고인 13명에 대한 공소장 국회제출을 거부했다. 처음 있는 일로, 대신 공소사실 요지만 제출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참모들의 반대에도 “내가 책임지겠다”며 밀어붙였다고 한다. 기소된 피고인들은 모두 공인(公人)으로 이들의 혐의는 국민 알권리 범주에 있다. 그런데도 법무장관이 이를 막은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 2월 6일 (출처:경향신문DB)

공소장 제출 요구대상은 울산 시장·경제부시장, 전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경찰 치안감 등 고위관료들이다. 헌법재판소 결정, 대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직무 특성상 비판과 감시를 받아야 할 공인들이다. 이들에 대한 비판은 ‘상당한 정도로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국민은 사생활을 상당히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인의 혐의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언론보도 역시 필요 이상의 국가통제를 받아서는 안된다. 그런데 이런 국민기본권을 수호해야 할 법무장관이 ‘잘못된 관행’이라며 공인의 공소장조차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적절하지 않다. 

법무부가 제시한 근거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6조와 11조다. 두 조항은 기소가 이뤄진 형사사건의 공소사실, 수사경위·상황 등을 원칙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만을 앞세워 공소장 제출을 거부했다. 이는 주객이 전도된 과잉해석이다. 상위법과도 배치된다. ‘국회 증언·감정 등에 대한 법률’은 ‘국가기밀 사항으로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한 때’에만 국가기관의 자료제출 거부를 허용하고 있다. 

공소장 국회제출은 참여정부 이후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지켜져왔다. 추 장관은 판사 출신이다. 법에 밝고, 인권보장에 애써왔다. 그런데 유독 이 사건 공소장부터 국회제출을 거부하겠다니,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만약 이것이 항간에 떠도는 말처럼 ‘4월 총선’을 의식한 것이라면 잘못된 판단이다. 그것이야말로 법무·검찰이 해서는 안될 ‘정치적 행위’다. ‘무리한 기소 내용의 공개는 부당하다’는 일각의 주장도 옳지 않다. 수사의 잘못은 그것대로 따질 일이며, 공소장 비공개 이유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민 알권리와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추 장관은 공소장 국회 비공개 원칙을 철회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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