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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폴리널리스트

opinionX 2020. 2. 7. 10:05

언론과 정치 간 인적 이동은 뿌리 깊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제헌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국회의원 중 언론인 출신은 모두 377명이다. 제헌국회 20.5%를 시작으로 18대 국회까지 15% 안팎을 유지했다. 19대 국회에서 처음 한 자리 대인 8.7%로 떨어졌고 20대에도 같은 8.7%를 기록했다. 과거에 비해 비중이 줄었다지만, 일본(2%), 미국(2.8%), 프랑스(1.2%) 독일(3.9%) 영국(5.4%) 등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언론의 높은 정치 병행성과 낮은 전문직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김세은,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

언론인의 권력지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권부인 청와대행이다. 1961~1987년 언론에서 청와대로 직행한 언론인은 18명이다(김지운, <언론인의 권력지향사례에 대한 고찰>). 민주화 이후 언론인의 청와대 진출이 보다 노골화된다. 노태우~문재인 정부 21명의 청와대 국민소통수석(홍보수석·공보수석) 중 16명이 언론인 출신이다. 권력의 ‘감시견’(watch dog)이 ‘권력의 입’으로 변신하는 게 습속처럼 자리 잡은 셈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인)과 권력의 유착이 극렬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최대의 언론인 출신 공보팀을 꾸렸고, 이들은 집권 후 정·관계에 진출했다. 청와대에만 언론인 출신이 17명에 달했다.

이렇게 현직 언론인이 하루아침에 권력에 줄을 대고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계속되자, 정치(policy)와 언론인(journalist)을 합친 ‘폴리널리스트’가 사회성을 획득하게 됐다. 최소한의 완충기간도 없이 현직 언론인이 곧장 권부로 줄달음치는 대열 앞에서, “저널리스트는 바깥에 있어야 한다”(미국 사회학자 마이클 셧슨)는 금언은 힘을 잃는다.

청와대 신임 대변인에 강민석 전 중앙일보 기자를 임명했다. 세 번째 언론인 출신 청와대 대변인이다. 이번에는 현직에서 청와대로 직행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행에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권언 유착과 언론 윤리 등을 내세워 호되게 질타했다. ‘내로남불’이라고 해도 할 말 없게 됐다. “언론과 권력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허물고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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