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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드디어 오늘 한국에 온다. 78세 고령에 여름휴가까지 마다하고 14시간의 길고 긴 비행 끝에 지구 반대편을 찾아오는 귀한 걸음이다. 교황은 이제 한국에서 4박5일 동안의 바쁜 일정에 돌입한다. 30분 단위로 빡빡하게 짜인 일정이라고 한다. 교황 방한의 주된 목적은 천주교 사목방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교황이 종교를 초월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으로서 한국사회를 찾아온다고 믿고 있다. 교황은 방한 첫 미사를 환경미화원·시설관리인들과 함께 봉헌한다. 4차례의 미사 중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피해자, 밀양·강정 마을 주민 등을 만난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은 특별히 직접 따로 만나 위로할 것이라고 한다. 교황의 평소 말과 행동대로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먼저 껴안는 모습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갈등과 불안에 싸여 있다. 부실한 국가운영에서 빚어진 세월호 사고, 죽음을 부르는 군대 폭력과 왕따, 날마다 터지는 인면수심의 사건·사고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런 가운데 국민 안전을 지키고 통합의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깊어만 가고 있다. 교황은 아르헨티나에서 화재사건으로 194명의 희생자가 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충분히 울지 않았다.” 교황의 방한은 갈등과 질곡의 한국사회, 특히 정부, 정치권과 사회지도층을 향해 이 같은 성찰과 고해성사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바티칸시티에서 대중과 만나던 중 아기가 주케토(가톨릭 성직자들이 쓰는 모자)를 집어들려 하고 있다. 교황은 아기에게서 모자를 되찾아 다시 고쳐 쓸 때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출처 : 경향DB)


이와 함께 교황은 ‘평화와 화해의 메신저’로서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이자 국제적 분쟁과 갈등의 중심에 있는 한반도를 찾아온다. 명동성당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등을 통해 들려줄 평화의 메시지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매우 크다. 인천 아시안게임 협상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 제안 가능성 등이 거론되는 중이어서 타이밍도 좋다. 교황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쟁과 분쟁·갈등으로 얼룩진 인류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화해와 용서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한국에서 교황이 던질 평화의 메시지에 세계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이번 방한 일정이 교황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이 교황 방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도 하고 있다. 특히 남북한 분단현장, 사회갈등 현장 방문이 일정에 없는 점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교황의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사랑과 희망의 목자’로서 가는 곳마다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교황이 한국 방문 중에도 우리들의 삶을 정의롭게 바꾸는 따끔한 가르침과 멋진 파격의 행보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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