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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해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주장하기 바란다”는 주문도 곁들였다.

미국의 파상적 무역공세에 문 대통령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상황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는 뜻일 게다. 실제 미국은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최고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발동을 시작으로 상무부가 철강수출에 대한 고강도 수입규제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하는 등 압박의 강도를 높여왔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응 주문은 안보와 통상을 분리해 대응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불을 놓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미국의 공세에 손놓고 있다가는 한국 경제 전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8년2월19일 (출처:경향신문DB)

문제는 대응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거론한 WTO 제소만 해도 승소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데다 결론 도출에 2~3년이 걸린다. 이런 측면에서 다양하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철강의 경우 고율 보복관세 대상에 함께 오른 중국과의 공조도 검토할 만하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 노력도 더 강화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에게 한국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 해제를 요청한 것처럼 정상 차원의 노력도 계속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한국의 입장을 알려야 한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태도를 바꿔야 한다. 양국 무역에 문제가 있다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맞다. 지금처럼 윽박지르는 태도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한·미 FTA는 재앙” “동맹국이지만 무역에 관해서는 자기들이 하고 싶은 걸 다했다”는 식의 접근법으로는 상대국 감정만 훼손할 뿐이다. 그는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방침이 나온 직후 GM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온다는 얘기까지 했다. 한결같이 비이성적이고 근거가 빈약한 얘기이다. 이것이 한국을 겁주거나 제압하는 수단으로, 혹은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도발이라면 더욱 적절치 않다. 미국 상무부가 자국 철강업계 피해를 막기 위해 관세폭탄을 부과할 대상으로 지목한 12개국에 왜 한국이 포함됐는지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은 것은 오만한 행동이다. 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분쟁이 발생하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양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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