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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열린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부결됐다. 소속 의원 13명 중 7명이 제명안 표결에 참여한 결과 신주류 쇄신파 6명이 찬성했으나 중립 성향 김제남 의원이 투표용지에 찬반 표시를 하지 않아 무효로 처리됐다. 정당법상 국회의원을 제명하려면 소속 의원의 과반이 찬성해야 하는데 1표가 부족해 부결 사태가 빚어졌다. 심상정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이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문의 중심에 선 두 의원을 제명함으로써 당의 위기를 수습하고 쇄신의 시동을 걸려 했으나 오히려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다.


본회의장에서의 이석기 김재연 (경향신문DB)


통합진보당 사태는 지난 4·11 총선 직후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두 차례 진상조사를 통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구주류 당권파는 책임지거나 사죄하는 대신 버티기로 일관했다. 구주류의 핵심인 이·김 의원은 ‘진보 분열’ ‘공안 탄압’ 등의 핑계를 대며 중앙위원회의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 결정을 거부했다. 의혹이 제기된 지 3개월이 지나도록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해져 갔다.


우리는 통합진보당의 위기 극복이 당내 패권주의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에서 출발한다고 보고 이·김 의원의 사퇴를 촉구해왔다. 특히 강기갑 대표가 이끄는 새 지도부가 구주류와의 단호한 결별을 통해 재창당 수준의 전면적 혁신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제명안 부결로 이 같은 기대는 무망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근본적 책임은 구주류에 있다. 부결 직후 이들은 “진실이 승리하고 진보가 승리했다”(이석기), “당이 통합과 단결을 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결정”(김재연)이라는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도대체 이들이 말하는 진실, 진보, 통합, 단결은 어떤 의미인가. 참으로 후안무치한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제명안 부결 사태의 파장은 통합진보당을 넘어 진보진영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좁게는 연말 대선에서의 야권연대, 넓게는 ‘진보의 재구성’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의원 성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제명안을 표결에 부친 신주류 지도부의 무능이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이다. 진보진영은 그러나 충격에 빠져 탄식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진보를 자임하는 이들이라면 모두 낡은 진보를 떨쳐내고 새로운 진보를 일궈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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