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피로해소제 ‘비타500’이 히트를 쳤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이완구 총리에게 제공한 3000만원을 비타500 상자에 담아갔을 가능성을 시사한 증언 덕분이다. 경향신문이 이를 보도한 15일 이 제품은 하루 종일 인터넷의 최고 인기검색어에 올랐다. 일부 지역에서 품절 현상이 벌어지고 해당 업체 주가는 대폭 상승했다고 한다.
인터넷 패러디도 등장했다. 한 누리꾼은 비타500 병에 5만원권 모델인 신사임당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한 박스의 활력, 총리도 반한 맛’이라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이 제품 병에 이 총리의 사진을 합성해 광고 모델처럼 표현했다. 병에는 ‘복용 후 내기 시 검찰과 상의하세요’라는 문구를 넣었다.
‘비타500’ 상자 옆에 5만원짜리 지폐 묶음 3000만원이 놓여 있다(왼쪽 사진). 돈을 상자에 넣으니 공간이 충분하다(오른쪽). (출처 : 경향DB)
비타500 상자에 현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아보는 실험도 여러 곳에서 시행됐다. 먼저 5만원권으로 3000만원을 넣으니 절반만 채워졌다. 5만원권 100장 묶음으로는 11개, 그러니까 5500만원이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았다. 비타500 상자가 현금 전달 수단으로 회자된 것은 처음이다. 3000만원을 담기에 적당한 크기이고, 흔한 피로해소제여서 뇌물 의심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을 법하다.
뇌물 운반 수단으로는 한때 007가방이 유행했다. 1만원권 새 돈으로 1억원까지 들어갔지만 뇌물 규모가 커지면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어 라면상자(1억원)와 배상자(3억원)가 차례로 등장했다. 이른바 ‘상자떼기’다. 가장 애용(?)된 것은 사과상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61억원을 사과상자 21개에 넣어 창고에 보관하다 검찰에 적발된 적이 있다. 돈 세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고 한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도 사과상자에 현찰 2억원을 넣어 은행장과 정치인에게 2상자씩 제공했다. 그러나 뇌물의 ‘최고수’는 한나라당이다. 2002년 대선 때 엽기적이고 기상천외한 ‘차떼기’ 방식을 선보였다. 재벌로부터 거액을 실은 트럭 등을 통째로 건네받는 신종수법으로 800억원 이상의 불법 정치자금을 모은 것이다. 이후 천막당사로 옮기고 당명도 새누리당으로 바꿔 활로를 모색했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는 새누리당의 ‘뇌물 DNA’가 여전히 살아서 활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조호연 논설위원
'정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론]‘별건수사’가 부정부패 척결인가? (0) | 2015.04.15 |
---|---|
[녹색세상]결말 뻔한 정치자금 수사 (0) | 2015.04.15 |
[사설]“누구도 용납 않겠다”는 대통령의 언명 주목한다 (0) | 2015.04.15 |
[사설]이완구 총리, 최소한 직무 중단하고 수사 받아야 (0) | 2015.04.14 |
[사설]어이없는 여당 의원의 ‘경향신문 압수수색’ 발언 (0) | 2015.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