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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일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만나 다짜고짜 경질을 통보했다. 조 위원장이 “이유가 뭐냐”고 묻자 돌아온 장관의 대답은 “나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과의 스포츠 외교를 하고, 대회운영을 관리감독하는 수장이 어떤 통보도 받지 못한 채 하루아침에 잘린 것이다. 정상적인 나라의 정상적인 시스템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즉결처분 인사’다. 조 위원장은 눈물까지 내비치면서 물러났고, 문체부는 기다렸다는 듯 후임 조직위원장을 내정했다. 문체부 장관도 몰랐다는 실세의 시나리오대로 착착 진행되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2015년 12월 차은택씨(왼쪽)가 서울 청계천로 문화창조벤처단지 공사 현장을 송성각 콘텐츠진흥원장, 김종덕 전 장관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6개월이 지난 뒤 올림픽 조직위에 몸담았던 관계자가 경향신문에 털어놓은 당시의 경질 배경은 더욱 기가 찬다. 조양호 전 위원장이 수억원대의 이권이 걸린 주먹구구식 사업예산을 깐깐하게 잘라내자 정권 실세들의 미움을 샀다는 것이다. 심지어 조 전 위원장이 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부를 거부했고, 최순실씨 소유의 ‘더블루K’가 스위스 건설회사 ‘누슬리’와 손잡고 진행한 3000억원 규모의 올림픽 경기장 시설 수주건을 배제한 것도 경질의 이유였다는 주장도 있다. 누슬리건을 다루는 회의에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과 김종 문체부 차관이 참석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는 몸과 마음의 수양을 정책과제로 삼아야 할 문체부가 자기도 모른 채 작성된 살생부의 집행자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13조원이 투입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이권 챙기기의 무대로 여겼던 자들이야말로 ‘참 나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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