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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서울 강북구 오패산 터널 인근 백주 대로에서 총격전이 발생해 경찰관이 총탄을 맞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참으로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피의자는 약 2개월 전 자신의 주거지에서 유튜브를 통해 제조법을 배워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사제 총기류의 제작 및 단속 과정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우선 총기를 너무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각종 사제 총기류 제작 과정을 구글이나 유튜브 등 해외 동영상 사이트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으며, 이를 보고 누구나 손쉽게 총기를 제작할 수 있었다.
이미 경찰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 작업을 벌였다. 2015년 1월6일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2016년 1월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 법률에 따라 총포와 화약류를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설계도 등의 정보를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 게시하여 유포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처벌이 강화됐다. 그러나 실제 이 같은 정보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는 미미하여 단속 건수가 3건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가 서울 오패산터널 인근 총격사건의 용의자가 사용한 사제총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발생 전에도 경찰은 불법무기의 현황 및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매년 불법무기 자진신고 및 집중단속을 통해 약 500~2500정의 불법무기가 수거되고 있다. 그러나 수거되는 불법무기의 대부분이 무허가 총기이며, 사제 총기와 밀수 총기의 규모는 정확하게 추산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들 총기에 대한 단속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고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인터넷에서 총기 제조법을 익혀 불법 총기를 만들고 사용하는 일련의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각기 다른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무허가 총기 및 사제 총기는 경찰이 단속하고, 밀수 총기는 관세청(세관)이 단속하고, 인터넷의 총기 제조법 등 유해정보 차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하게 되어 있다. 사이버경찰관과 누리캅스는 총포·도검·화약류에 대한 전문지식이 미흡하고, 수사와 단속 권한을 가진 주무부서는 인터넷의 불법 유해정보를 적발하고 차단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이번에도 예전처럼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사후약방문으로 각종 대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불법무기 자진신고 기간 운영 및 불법무기 일제단속을 연 1회에서 2회로 확대 실시하고, 불법무기 신고 포상금도 현행 3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리는 한편 무허가 총기 제조 및 소지행위의 처벌을 강화하려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지방경찰청 단위로 불법무기 전담 단속팀을 운영하고, 담당 경찰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추진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경찰은 왜 사고가 터지기 전에 미리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일까? 앞으로는 문제가 곪아터지기 전에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선제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총기 제조법과 밀수 총기의 유통 등 유해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설사 인터넷에 유해정보가 게재되더라도 자동검색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개발하여 바로 차단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유관기관의 긴밀한 협력 체제를 유지하고 관련 전문가의 양성도 서둘러야 한다.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졌고 총기로 인한 테러위험도 증가하고 있지만, 총기관리 관련 인력이나 예산 등은 과거 6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인터넷의 발달로 총기 관련 정보의 무분별한 확산이 우려되는 만큼 관련 조직은 물론 인력과 예산도 대폭 늘려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최응렬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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