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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해온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어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팀은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매입자금 12억원을 어머니 김윤옥 여사로부터 불법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 탈루 혐의를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한다. 또 시형씨가 부담해야 할 9억여원을 국가에 떠넘긴 혐의(배임)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매입 관련 자료를 변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호처 직원도 재판에 넘겼다.
현직 대통령 내외가 퇴임 후 살 집을 짓는 과정에서 아들에게 변칙 증여를 하고, 청와대는 국가예산을 끌어다 썼으며, 이를 은폐하기 위해 사후에 증거물까지 조작했다는 게 특검팀의 결론이다. 사건 전개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정과 위법으로 점철된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특검팀은 매입자금이 불법 증여됐다는 판단에 따라 시형씨 등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을 무혐의 처분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 일가가 납세의 의무를 불법적으로 회피했다는 것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사안이다.
김인종 전 처장이 배임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검팀은 이 대통령에게 재직 중 불소추 특권에 따른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김 전 처장을 기소함으로써 사실상 이 대통령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본다. 김 전 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내곡동 터를 직접 방문해 ‘OK’했기 때문에 매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이 털어놓은 것처럼 배임으로 인한 이익은 이 대통령 일가에게 귀속된다. 퇴임을 3개월여 앞둔 이 대통령은 정치적·도덕적으로 치명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명박대통령 사과 (경향신문DB)
국민들은 참담하다. 청와대가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수사기간 연장을 불허하는 등 줄곧 수사를 방해해온 이유가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장 절망적인 것은 특검 수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치에 닿지 않는 반박을 늘어놓는 행태이다. “경호처가 부지 가격을 20억원 이상 깎는 등 국가예산 절감을 위해 노력했다”거나 “보고서 변조 혐의는 문서관리 시스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에 이르면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참모들의 궤변 뒤에 숨어선 안된다. 불법 증여 등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특검이 끝났다고 사법적 심판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내년 2월 퇴임 후 재수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내곡동 특검이 모든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미완의 수사’가 남긴 교훈은 작지 않다. 역대 특검 사상 가장 짧은 수사기간과 청와대의 비협조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검찰의 부실수사를 입증함으로써 검찰 개혁의 당위성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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