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어제 청와대 경호처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 측 거부로 무산됐다고 한다. 청와대는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대해서도 “필요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다”며 거부했다. 청와대의 비협조적 태도로 특검이 내곡동 의혹의 실체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검팀은 당초 제3의 장소인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경호처의 사저부지 매입계약 관련 자료 등을 제출받았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조건에 따라 우선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요구한 자료가 상당수 빠져있다고 판단한 특검팀이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통보하자 청와대 측은 ‘국가기밀 취급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해당 기관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들어 거부했다. 특검이 요구한 자료가 국가기밀일 리 없는데도 이 규정을 방패로 삼았으니 치졸하기 그지없다. 빈 껍데기 자료를 내놓은 청와대는 “얼토당토않은 자료를 달라고 하면 줄 수 있느냐”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경향신문DB)


최고 권부인 청와대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전적으로 청와대 책임이다. 핵심 피의자인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는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 검찰 조사 때와 180도 말을 바꿨다. 진술을 변경한 이유를 두고 “검찰에 낸 서면진술서를 청와대 행정관이 대신 작성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그 행정관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시형씨는 큰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서 매입자금 6억원을 빌릴 때 썼다는 차용증 원본파일도 제출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청와대가 사저부지 매입과 관련된 서류를 위·변조하는 등 증거물을 은폐·조작한 정황까지 포착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그럼에도 수사에 협조하기는커녕 시형씨 변호인을 통해 “시형씨의 재소환과 청와대 직원들의 참고인 소환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하는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였다.


특검팀은 그동안 청와대가 수사에 협조하기를 기대하며 압수수색을 미뤄왔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조사도 소환이나 방문 등 대면조사가 아닌 서면조사로 대신하기로 했다. 이 정도면 이 대통령 일가에 충분한 예우를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 청와대가 수사기간 연장을 불허함에 따라 특검팀은 내일 활동을 종료하게 된다.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지 못한 채 특검 수사가 끝날 경우 모든 책임은 청와대에 돌아갈 것이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