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념, 종교, 민족의 갈등을 녹이는 평화의 제전, 화합과 포용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대회.’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정한 이번 대회의 주제이다. 아시안게임 참가 45개국은 서로 정치제도, 이념, 문화, 종교, 민족이 다르다. 이런 차이는 상호 반목과 대립이 아니라, 화해와 포용의 당위성을 부각시킨다. 평소 대립 관계라 해도 몸과 몸이 만나면서 화해의 시간을 가지면 갈등도 낮출 수 있다. 그게 아시안게임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 선수단의 참가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북한 선수단 1진 94명이 어제 인천으로 들어왔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현실에서 북한 참가는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은 주최자로서 화해와 포용에 앞장서야 한다. 북한이 당초 응원단을 보내겠다고 할 때 대승적 차원에서 기꺼이 받아들였어야 했다. 그건 아시안게임의 이념을 실천하고 남북 화해도 이룰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대신 체류 비용, 참가자수 등 사소한 문제로 시비했고 결국 북한은 응원단 파견을 철회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 숙소에 내걸린 인공기 (출처 : 경향DB)


이렇게 아시안게임의 이념을 훼손한 것이 정부만은 아니다. 일부 보수적 시민들은 아시안게임 축구경기장인 고양종합운동장 주변에 게양한 북한 인공기를 내리라고 항의했다. 이는 경기장 및 그 부근에 회원국의 국기를 걸도록 한 아시아 올림픽위원회 규정을 어기는 것이다. 45개국 국기 중 마음에 드는 것, 안 드는 것을 골라 내걸 수 없다는 뜻이다. 북한 선수단·응원단이 참가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도 인공기를 게양한 바 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조직위와 정부는 인공기를 포함한 45개국의 국기를 모두 철거하는 결정을 했다. 보편적 국제규범을 어긴 그릇된 조치다.

이 대회를 다른 나라에서 개최했다고 생각해보자. 그 나라 일부 시민이 45개국 중 한국이 싫다며 태극기 철거를 요구했을 때 한국은 그걸 받아들일 것인가. 한국은 나쁜 관례를 만들었다.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는 한국인의 자부심이 관용 대신 이런 편협성으로 표출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는 이 같은 비이성적 행태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불합리한 증오의 감정은 배척해야 할 대상이지 존중받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수 정부의 자질, 보수의 교양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는지 안타깝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