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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좌장이자 정권 실세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자신의 전직 인턴을 합격시키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줄곧 최 의원의 청탁을 부인해온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이 21일 공판에서 ‘최 의원의 채용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로써 박 전 이사장 진술을 근거로 최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서면조사만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검찰은 재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20대 총선 대구지역 당선 의원들과의 오찬에 참석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오찬에는 곽대훈, 곽상도, 윤재옥, 정태옥, 추경호 의원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박 전 이사장의 법정 증언은 중진공이 서류심사에서 2299위를 한 최 의원의 전직 인턴을 2차례 서류조작을 통해 최종 36명의 합격자에 포함시킨 외압의 실체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박 전 이사장은 2차 면접에서 부적격 판정이 난 후 2013년 8월1일 최 의원과의 독대 상황을 털어놨다. 그는 “(독대에서) 2차까지 올라왔는데 외부위원이 강하게 반발해 도저히 안될 것 같으니 불합격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의원이 ‘내가 결혼시킨 아이인데 그냥 해. 성실하고 괜찮으니 믿고 써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박 전 이사장이 ‘비정규직으로 있다가 내년에 다시 한번 응시하는 게 어떻겠냐’고 설득했지만 최 의원이 ‘그냥 하라’고 재차 압력을 행사했다고 증언했다.

이쯤 되면 최 의원이 부정채용을 부인하는 거짓말로 수사망을 빠져나갔다는 도덕적 비난을 넘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사법적 책임까지 물어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최 의원이 ‘내가 결혼시킨 아이’라는 이유를 들어 부당채용을 강요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중진공 직원들의 증언은 검찰조사에서 다수 나온 바 있다. 검찰이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최 의원의 거짓말을 추궁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검찰의 불기소는 최 의원을 신뢰해서가 아니라 최고 실세인 그가 무서워 진실에 눈을 감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 전 이사장은 진술 번복 이유에 대해 “(검찰에) 그걸 말한다고 상황이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검찰이 이미 수사 결론을 내놓은 마당에 진실을 말해야 소용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간접 증언이 아니라 최 의원과 만났던 당사자의 직접 증언까지 나온 이상 검찰이 최 의원에 대한 수사를 미룰 명분은 사라졌다. 검찰이 재수사를 안 한다면 법 앞에 평등이라는 말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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