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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장관 후보자 중 2명이 낙마했으면 ‘인사 참사’에 가깝다. 다주택 보유 논란에 휩싸인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고, ‘해적 학회’ 참석·자녀 호화 유학 의혹 등이 불거진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해 지명 결정을 번복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흠결 사유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인정한 셈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비리의혹 백화점이 된 장관 후보자들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실망감을 헤아렸다면, 진정 어린 사과와 함께 엄격한 검증 체계를 마련해 다시는 ‘인사 실패’가 없도록 하겠다고 벼렸여야 할 터이다. 하지만 인사 실패에도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자기합리화와 면피성 해명을 사흘째 되풀이하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의 브리핑은 보기에 한심할 지경이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3월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인사청문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 수석은 인사검증 부실을 둘러싼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책임론에 “특별한 문제가 파악된 게 없고, 문제가 없으니 특별한 조치도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낙마한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기됐던 부동산 투기나 자녀 호화 유학 논란 등에 대해서도 “지명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나 ‘국민 정서’ 탓에 낙마했다는 투의 어이없는 주장을 폈다. 최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에 대해선 “주택 세 채를 보유했다는 것 자체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인지 이론의 여지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어떤 ‘이론’을 말하는 것인가. 도덕적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자기들만의 ‘이론’을 국민 정서와 견주는 것이라면 오만의 극치다. 윤 수석은 조 후보자의 자녀 호화 유학 논란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조 후보자 아들이 보유한 포르셰 가격이 3500만원이 안되고 벤츠도 3000만원이 안된다고 설명하면서 “가격 기준으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미국에서 벤츠·포르셰를 타는 것이 무슨 문제였겠나”라고도 했다. 윤 수석의 주장처럼 별문제가 아니라면 왜 자진 사퇴에 ‘지명 철회’ 조치까지 취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검증 라인의 문책론을 모면하려 대통령의 지명 철회 결단조차 희화화하고 있는 꼴이다.

잇단 인사 실패보다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 상식과 거꾸로 가는 청와대의 상황 인식이다.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없이 ‘뭐가 문제냐’고 대거리하는 걸 보면, 결국 기존 방식과 라인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인사 실패’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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