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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당시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도덕성 의혹으로 낙마했다.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추천위 멤버들이 전원 사의를 밝혔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정찬용 인사수석, 박정규 민정수석을 경질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 대해 청와대의 도리를 다하기 위한 문책일 뿐이지 실제 잘못은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노 대통령은 잘못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그는 신속하게 비판여론을 수용했다. 현재 실시 중인 국회에서의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는 당시 노 대통령이 검증 강화 차원에서 제안한 제도였다. 노 대통령의 인사 파문 뒤처리는 깔끔했다는 평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두 달 뒤인 3월에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인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져 사퇴하자 그때도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 후임 민정수석이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누구보다 부실인사로 인해 반복되는 국정공백과 차질, 혼선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시민들이 공직자들의 도덕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 2명이 낙마한 지 나흘째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뭐가 문제냐”는 입장을 내놓았다.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도한 측면도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그의 해명은 실망스럽지만, 이런 입장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보편적 인식이라면 그게 더 심각한 문제다. 스스로 지명 철회를 한 조치와도 모순이요, 인책론을 피하려는 항변이라 해도 시민의 생각과 거리가 멀다. 

문 대통령은 나머지 5명의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 후에 닥칠 정국경색과 국론분열이 불 보듯 뻔하다. 걱정이다. 한두 명도 아니고 현 정부 들어 낙마한 차관급 이상이 11명에 달한다는 건 더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 과정에서 소진된 국정 에너지만도 엄청나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사과부터 하고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하는 게 도리다. 민심을 헤아려 적임자를 찾는 방법이 무엇일지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은 정파를 뛰어넘는 여론수렴과 소통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청와대는 여론이 차갑게 식고 지지층마저 실망하고 있음을 깨닫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40%대로 추락한 국정지지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잘못은 누구든 할 수 있다. 잘못이 발견되었을 때 이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노 전 대통령은 그렇게 했고, 문 대통령은 아직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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