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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7명 가운데 2명이 낙마했다. 정부의 국정철학과 배치된 ‘내로남불’ 인사라는 비판 여론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조 후보자에게 제기된 아들의 ‘황제 유학’, ‘군 복무 특혜’ 의혹 등은 시민 정서와 거리가 먼 것이었다. 여기에 해외의 ‘해적 학술단체’와 관련된 학회에 참석한 새로운 의혹이 더해졌다. 최 후보자 역시 잠실·분당·세종에 아파트와 분양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23억원이 넘는 투자 이익을 얻는 등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그는 딸 부부에게 집을 팔고 월세로 사는 쇼까지 벌였다.

조동호(왼쪽), 최정호. 출처:경향신문DB


사실 이들의 낙마는 청와대만 빼고 모두 예측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데도 청와대는 지명 철회 발표 자리에서까지 안이한 인식을 내보였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조 후보자의 해외 부실학회 참석에 대해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 부실학회 참석 사실을 제외하고는 청문회 과정에서 지적된 흠결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예의 사전 파악 주장을 되풀이했다.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변명은 구차하고, 흠결을 알고도 지명했다는 건 오만하게 들린다. 어느 쪽도 시민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실패로 낙마한 장차관급만 벌써 10여명에 이른다. 장관 후보가 낙마하면 차기 장관이 나오기까지 수개월간 국정공백은 불가피하다. 이런 국력 낭비는 청와대가 자초했다고 봐야 한다. 한두 번이면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개각 때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건 청와대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에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말 인사라인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 인사 잣대가 내편에만 관대한 온정주의는 없었는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책임자에 대한 문책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매번 책임을 묻지 않고 감싸고 도니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인사 때마다 시민 눈높이를 맞추는 데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뼈저린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두 사람의 낙마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내편, 네편 가르지 않고 인사의 폭을 넓히는 등 인사정책의 과감한 반성과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제2, 제3의 인사참사는 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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