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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013년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대표)을 만나 ‘김학의 성범죄 의혹’ 동영상 CD를 언급하며 김 차관 임명을 만류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27일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발언을 한 데 이어 28일에는 과거 일정표를 공개하며 황 대표 면담 시점을 ‘3월13일 오후 4시40분’으로 특정했다. 황 대표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고, 현재는 제1야당의 대표다. 중대 사안인 만큼 거짓 없이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2013년 3월13일은 박근혜 정부의 첫 차관 인사가 이뤄진 날이다. 청와대는 법무부 차관을 포함한 인사 내용을 오후 2시 발표했고, 2시간여 뒤 박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을 만났다. 하지만 김학의 전 차관은 3월15일 공식 취임했다. 박 후보자 주장대로라면 김 전 차관의 직속 상관인 황 대표가 성범죄 의혹 내용과 이를 담은 동영상의 존재를 인지하고도 이틀 사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 황 대표는 “박 후보자를 여러번 만났고 그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다 기억을 못한다”고만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이런 해명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박 후보자가 제시한 정황이 구체적인 데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당시 박 후보자로부터 ‘황 장관한테 (CD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더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힌 터다. 2013년 6월17일 법사위 회의록에 드러난,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의 발언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황교안) 장관님은 김학의 차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을 다 알고 계실 것”이라며 “저희가 (황 장관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법사위에서) 질문드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의 성범죄 의혹은 대표적인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자, 공권력이 피해자의 호소를 짓뭉갠 최악의 인권침해 사례로 꼽혀왔다. 최근에는 ‘박근혜 청와대’가 2013년 김 전 차관을 수사한 경찰에 외압을 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황 대표는 ‘핵심 피의자’의 직속 상관이었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핵심 피의자를 불기소 처분할 때 주무 장관이었다. 설령 박 후보자로부터 동영상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다 해도,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황 대표는 위기를 모면하려고만 하지 말고, 진지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진상규명에 협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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