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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가 파행 위기에 처했다. 청문회의 성패를 좌우할 증인 선정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어제 첫 증인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으나 여당은 전면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 참여정부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하자며 맞섰다. 자원외교의 진상을 밝히려면 꼭 필요한 핵심 증인마저 거부하면서 속 보이는 ‘물타기 증인’으로 청문회를 파행으로 끌려는 작태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자원외교 청문회’의 목적은 명확하다.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을 낭비한 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실상과 의혹을 국민 앞에 낱낱이 규명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다음 정권에서 같은 실패를 막자는 일이다. 그러려면 자원외교를 주도하고 추진한 책임자들의 청문회 증인 출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35조~46조원의 공적 자원이 투입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정권 차원에서 벌인 국책사업이다.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사령탑 구실을 했고, 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실무를 주도했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전반에 걸쳐 이뤄진 비정상적인 정책 결정과 부실 투자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선 이들을 청문회에 불러내야 한다. 당시 자원개발 주무 부서인 지식경제부의 장관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마찬가지다. 전직 대통령의 증인 채택은 전례가 드문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지만, 이 전 대통령도 무작정 성역이 될 수는 없다. 자원외교의 참담한 실상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성과’를 내세웠다. 그의 말대로 ‘자원외교 성과’가 왜곡되었다면, 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에서 당당히 밝혀 의혹을 씻는 게 전직 대통령으로서 떳떳한 자세일 터이다.

국회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권성동 여당 간사(오른쪽)와 홍영표 야당 간사가 23일 국회에서 에너지 공기업 3사에 대한 청문회 증인 채택 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부 핵심 인사들의 무더기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건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본분을 몰각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 물론 자원외교의 연속성을 감안할 때, 문제가 된 특정 사업의 연원을 추적하기 위해 이전 정부 정책 담당자들을 증인으로 부를 수는 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비서실장으로 총괄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제1야당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건 치졸한 ‘물타기’ 공세다. 새누리당이 이 전 대통령과 관련 인사들을 감싸며 끝내 진상 규명을 방해할 경우, 두고두고 후과를 남길 ‘괴물 자원외교’는 전·현 정권의 공동 책임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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