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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가 올해 서울·세종·제주 등 5곳에서 시범실시하고 2021년 전국으로 확대된다. 당·정·청은 14일 국가경찰 4만3000명을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자치경찰제 전면 도입안을 발표했다. 각 시·도에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 해당하는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대를 신설하고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주민밀착형 민생치안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자치경찰에 성폭력, 학교폭력, 교통사고, 음주운전과 공무집행방해 등 일부 범죄 수사권을 주기로 했다.

자치경찰제는 중앙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지역 경찰이 주민들의 민주적 통제하에 주민 친화적인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실시 중이다. 우리는 1948년 정부 수립 때부터 논의만 무성했는데, 이제 전면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치경찰제가 실시되면 경찰을 지역 주민의 삶에 밀착시킴으로써 지역 특성에 따라 다양한 맞춤형 치안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

자치경찰제의 성패는 정치적 중립 보장과 이원화 체제에서 치안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시·도지사가 인사권을 갖게 된 만큼 자칫 자치경찰이 지방정치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지자체장·지방의회 의원들의 수준 낮은 처신이 끊이지 않는 마당에 자치경찰과 지방토호세력의 유착 가능성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지방자치의 현실이다. 국가경찰의 견제 등 엄격한 감시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시민의 관심사는 경찰의 소속 변경이 아니라 인권과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주느냐에 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업무 혼선을 막기 위해 112상황실에서 합동근무한다고 하지만, 국가범죄와 지방범죄를 칼로 무 자르듯 나누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업무 중복으로 인한 충돌과 떠넘기기 같은 부작용으로 치안의 질이 떨어진다면 새 제도는 도입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성폭력 같은 예민한 수사는 오랜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한데, 부실수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부·여당은 올 상반기 중 경찰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곧바로 시행할 계획이다.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전에 허점과 혼선을 막기 위해 빈틈없는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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