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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본의 유명한 컨설팅 회사인 Sigmaxyz에 초대를 받아 다녀왔다. 이 회사는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로 일본 내에 비즈니스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반나절 정도를 보내면서 일본인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스마트폰 사용 예절이었다. 100여명의 직원들이 개방된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책상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스마트폰 사용조차도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여 일하는 시간에는 오로지 일에만 집중하는 그들의 모습이 놀라웠다. 회의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2시간 정도 회의를 하면서 스마트폰을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상대방의 눈을 보며 말하고 상대가 말하는 내용은 열심히 수첩에 받아 적는다. 이렇게 집중해서 일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들 한 명 한 명이 일본 경제를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일본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스마트폰 사용에 너무나 관대하다.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 에티켓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면 대화는 이어지지만 다들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기 바쁘다. 일터에서도 스마트폰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일한다. 혹시나 카톡 메시지를 놓칠세라 틈틈이 휴대폰을 체크한다. 일의 흐름이 깨지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스마트폰이 전달해주는 지인들의 실시간 이야기만 궁금할 뿐이다. 회의 시간이나 교육 시간에도 틈틈이 스마트폰을 본다. 심지어 동료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기보다는 스마트폰을 본다. 다들 그렇게 행동하니 마치 그러한 것이 당연한 행위처럼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출처: 경향신문DB)

음성과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2세대 이동통신을 사용하던 1990년 이후 20년 동안 우리에게는 그나마 휴대폰 사용 예절이 있었다. 공공장소에서는 진동 모드로 사용하고 전화벨이 울리면 예의 없는 사람으로 간주했다. 기술이 점진적으로 우리 삶에 퍼지다 보니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문화를 형성해나갈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으로 스마트폰이라 불리며 등장한 3세대 이동통신은 10년이라는 단기간에 우리 삶 속 깊이 침투해버렸다.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너도나도 앞다투어 스마트폰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2018년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스마트폰 단말기 회선수는 5068만개로 통계청에서 제시한 2019년 우리나라 추계인구수 5181만명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심지어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조사 대상 39개국 중 한국이 스마트폰 보급률 1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에 걸맞은 스마트폰 사용 예절을 갖추고 있는가? 아니면 심각해지는 스마트폰 중독 문제에 대해서 고심하기 바쁜가? 우리나라 청소년 30% 이상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라고 하니 좀 더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 문화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 조직, 가정의 3박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가족끼리 모여서도 각자의 스마트폰만 보는 문화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하태호 | KAIST 기술경영 전문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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