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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4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19대 대선 유력후보가 12일 각각 경제비전 밑그림을 발표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J노믹스 구상’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선 10대 공약’을 통해 준비된 후보임을 부각했다. J노믹스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 저성장에서 탈출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기업을 통한 ‘낙수효과’ 정책을 실패로 보고, 사람에게 투자해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 사람중심 경제성장의 한 맥락이다. 반면 안 후보는 ‘좋은 성장, 좋은 일자리’를 내걸고 있다. 안 후보는 ‘교육·과학기술·창업혁명’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한다. 문 후보가 국가주도의 정책을 펴겠다는 ‘큰 정부’를 지향하는 반면 안 후보는 국가보다는 민간에 맡기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모양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내건 정책공약이니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은 청사진에는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부실한 내용이 적지 않다.

문 후보는 재임기간 중 140조원의 재정을 늘려 저성장국면에서 벗어나겠다고 한다. 소극적 재정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재정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준비된 돈은 일자리, 보육, 교육, 의료, 요양, 안전, 환경 분야 등에 쓰겠다고 한다. 일본이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 실패한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재원 마련 방안이 불투명하다. 문 후보는 임기 동안 재정지출 증가율을 3.5%에서 7%로 올리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5년간 모두 140조원이 걷혀야 한다. 이것은 모두 기업이나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 이 가운데 58조원은 한국 경제의 성장에 따라 자연적으로 확보될 수 있다. 그런데 나머지 80조원은 불분명하다. 문 후보는 세수가 세입목표보다 매년 10조원씩 더 걷힐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다. 그리고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중복사업비 조정을 통해 마련하고 필요하면 증세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이 경우 국가가 빚을 내야 하며 이는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이미 1400조원을 넘어섰다. 문 후보는 돈을 풀어 81만개의 공공일자리를 만든다고도 했다.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보완책이 필요하다.

안 후보의 경제 비전은 알맹이가 없어 보인다. 안 후보는 과학기술·창업혁명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고 한다. 그런데 방식이 모호하다. 중소기업의 연구·개발지원, 규제완화, 금융지원 등을 통해 과학기술혁명을 이룬다는 것은 너무 거창해 보인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얼마나 뜬구름 잡는 것인지 익히 경험한 바 있다. ‘과학기술·창업혁명’이라는 구호는 있지만 이행방안은 빈약하다. 안 후보는 자신이 앞으로 펼칠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 문 후보와 경쟁해야 한다. 5년 뒤 한국을 경제적으로 어떻게 만들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준비 부족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대선을 20여일 남겨두고 있다. 시민들은 한국을 이끌 비전을 갖춘 지도자를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 미래를 꿈꾸고,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기를 희망한다. 시민들이 엄동설한에 촛불을 든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뒤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통해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추진한 성과이기도 하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경제비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시민들은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두 후보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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