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행정자치부가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지난 1일 제주4·3평화상을 받은 재일교포 작가 김석범씨의 수상 경위를 감사할 것을 의뢰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일부 극우보수단체들이 ‘이승만 정부를 민족반역자가 세운 정부라고 한 김석범씨가 수상 자격이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하자 부화뇌동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올해로 첫 번째인 4·3평화상은 ‘4·3 해결과 세계평화 인권운동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도록 돼 있다. 그런 점에서 1976년부터 4·3사건을 주제로 한 대하소설 <화산도>를 연재한 이후 4·3운동을 선도한 김석범씨의 수상 자격을 의심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평화상위원회는 6개월간의 검증을 끝낸 뒤 2월 수상자로 결정했고, 지난 1일 시상식까지 마쳤다.

사실 4·3사건의 성격을 딱 잘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정부가 펴낸 <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도 “4·3사건은 극히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이 착종돼 있어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로당은 유혈사태를 가속화시켰으며~집단인명피해의 책임은 강경작전을 지시한 이승만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도 언급했다.

이런 애매한 결론에도 4·3특별법을 제정하고 정부차원의 진상 조사와 대통령 사과, 국가추념일 지정 등이 이뤄진 뜻은 분명하다.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반목과 갈등을 넘어 상생과 화해를 이루자는 것이다.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위원회의 위원장도 국무총리였다. 그동안 일부 단체가 희생자 자격을 두고 무효소송을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특별법에 따라 희생자들을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각의 희생자 위패 철거와 재심사 주장 등의 ‘4·3 흔들기’에 동조하면서 4·3특별법의 정신을 스스로 훼손시키고 있다. 심지어 이번 추념식에서는 제주도민에게 폭넓게 알려진 노래(‘잠들지 않는 남도’) 대신 4·3사건과 아무 연관이 없는 가곡(‘비목’)을 연주했다.

6일 오전 제주시 아라초등학교에서 제주4·3유족인 강춘희씨가 1일 명예교사로 나서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4·3평화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추념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4·3사건은 육지의 시각이 아닌 제주도민의 시각에서 재조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당한 말이다. 그런데 제주도에서는 4·3유족회와 퇴직경찰 단체인 경우회가 화해의 손을 잡았다. 두 단체는 올해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불참했다.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쪽은 제주도민이 아니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