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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병원에 오는 환자 중에 초등학생 비중이 늘고 있다. 치료를 하러 오는 경우보다는 부모가 불안한 마음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내원하는 이유는 자녀의 키를 ‘더’ 키우고 싶다는 것. 특별히 병적인 저신장이 의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이의 생활습관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한다. 하지만 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불안하게 했을까?

TV를 켜면 훌륭한 외모의 연예인들이 저마다 매력을 발산한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연예인’은 선망의 직업이 됐다. 이처럼 ‘외모’가 경쟁력으로 인식되면서 부모들은 자녀의 성적만큼 ‘키’ 문제에도 민감하다.

소아 청소년 표준성장도표를 살펴보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두 차례의 성장급진기가 있다. 만 3세 이전의 1차 성장급진기가 있고, 주로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2차 성장급진기가 있는데 여자는 11~14세, 남자는 13~16세 정도가 해당한다. 과거에는 키는 유전이 80% 이상이라고 여겨져 타고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후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성장기 아이들의 키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키 크는 방법 중 그 효과가 의학적으로 검증되어 사용되는 방법으로는 성장호르몬 치료와 키 크는 수술법이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부작용 3% 미만으로 비교적 안전한 치료법이나 일반적으로 성장이 거의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주 5~7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원칙적으로는 의학적 적응증이 있는 병적 저신장 등 환자에게만 사용해야 한다. 키 크는 수술 역시 외뼈를 절단하고 강선 또는 기구를 삽입하는 수술이 필요하므로 다른 방법에 비해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일 뿐 아니라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조건 성장호르몬 치료를 한다고 키가 크는 것이 아니며 키 크는 수술 또한 치료를 하는 의학적 적응증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비용도 무시 못할 고려 사항 중 하나이다.

벽면에 붙은 키재기용 자 옆에서서 손으로 머리위를 짚고 있는 남자 어린이 (출처 : 경향DB)


시장의 수요가 늘다 보니 이 같은 의료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한의학과 성장클리닉, 건강기능식품 및 일반식품 업계까지 저마다 키 성장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내놓으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급작스럽게 커지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식약처가 일부 키 성장 제품들을 검찰에 허위과대광고로 고발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단언컨대 자녀의 키 성장에는 그 어떤 약과 치료보다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아이의 생활습관에 관심을 두고 면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병적인 저신장이 아닌 이상 5대 영양소를 골고루 먹고 꾸준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 등이 병행된다면, 타고난 키만큼은 자랄 수 있다. 다른 방법들은 부수적인 방법이지 절대적인 방법이 아니다. 아이의 키를 자라게 하는 가장 중요한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부모’이다.


박재범 |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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