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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7일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와 관련해 관계부처 합동대책을 내놓았다. 고용노동부는 태안발전소에 대해 사고 원인 조사와 함께 특별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실시키로 했다. 나아가 석탄화력발전소 12곳 모두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위험 설비 점검 시 2인1조 근무 등의 안전사고 방지책을 내놨다. 사고 재발방지 방안이 두루 열거됐지만 합동대책치고는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2월17일 (출처:경향신문DB)

정부 합동대책 발표문에는 ‘엄중한’ ‘고강도’ ‘특별’ ‘긴급’ 등의 수식어가 가득하다. 이번 사고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특별하지도, 긴급하지도 않다. 2인1조 위험시설 점검은 정규직이 일하는 원청 사업체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근무 방식이다. 평상시 발전소에 대한 정기 안전점검이 이뤄졌다면 긴급 진단도 불필요하다. 정부의 백화점식 대책이 사후약방문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근본적인 처방이 간과된 점이다. 전문가들은 김용균씨 사망의 근본 원인으로 위험하고 힘든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를 지목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회의에서 “최근 산재 사망의 공통된 특징이 주로 하청 노동자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사실”이라며 ‘위험의 외주화’ 현상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도 공동발표문에 포함된 ‘위험의 외주화’ 대책은 “원·하청 실태 등을 조사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한 문장이 전부다. 구체적인 방안도, 프로그램도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위험업무의 외주 금지법안 마련 등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근본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김용균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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