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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0일 지면게재기사-
“밀레니얼 / Z세대 쇼크 & 패러다임 시프트 콘서트 2019 콘퍼런스.” 지난 6월 한 인터넷언론사가 개최한 이 행사의 취지를 이해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런데 어디를 가든 이런 국적 불명의 언어들이 횡행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이런 일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와 함께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정부부처 보도자료를 살펴본 결과 이들 기관은 정책과 사업 이름에서 외국어와 신조어들을 마구 쓰고 있었다. 한글을 창제한 지 573돌을 맞은 오늘에도 우리말 사용을 강조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 의원과 한글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보도자료 한 건마다 평균 6회 외국어를 썼다고 한다. 외국어를 가장 많이 남용한 정부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로 보도자료 한 건당 평균 19.6회였다. ‘메이커 스페이스 G캠프’(전자, 소프트웨어 제품이 신속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설)나 ‘프리 팁스 사업’(창업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우수 예비 창업팀을 발굴 지원하는 사업) 등은 이 중 일례에 지나지 않는다. 지자체들 역시 외국어를 남발하고 있다. 보도자료 한 건당 2개꼴로 외국어를 썼다. 가장 많이 사용한 기관은 서울시(692개), 대구시 및 경상남도(462개), 경기도(431개), 부산시(396개) 순이었다. 아무리 우리말로 곧바로 대체하여 쓸 수도 없을 만큼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지만 도가 지나치다. 국어기본법은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한글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정부 기관들이 앞장서서 규정을 위반하고 있으니 민간이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을 탓하기 어렵다. 민간에서는 영어는 물론 단도리(단속)나 땡땡이(물방울) 무늬, 분빠이(각자 내기), 무데뽀(막무가내), 쇼부(결판), 와사비(고추냉이) 등 일본어들이 여전히 쓰이고 있다.
언어는 사유의 집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목숨 걸고 우리말 연구를 한 조선어연구회원들은 우리말큰사전 말머리에 “말은 사람의 특징이요, 겨레의 보람이요, 문화의 표상”이라고 새겼다. 분별없이 외국어를 쓰는 것은 곧 대한민국이 국적 불명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모든 기관과 개인의 맹성과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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